자유한국당이 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인연을 끊었다. 최고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홍준표 대표가 직권으로 제명을 결정했다. 홍 대표는 “중요한 순간에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온다”며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후 대통령 6명이 탈당했지만, 징계를 통해 제명이 결정된 것은 처음이다.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제명 사유는 해당 행위와 민심 이탈이다. 최순실 사태로 촛불 정국이 시작됐을 때 당을 떠났어야 했다. 그새 1년 동안 당은 분열됐고, 보수 세력은 궤멸했다. 만시지탄의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한 아주 작은 한 걸음에 불과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친박 세력 청산이다. 홍 대표와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생존 게임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줌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친박들의 저항은 안쓰러울 정도다. 두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진 이들조차 정리하지 못한다면 홍 대표는 자리를 내놓아야 마땅하다. 특히 친박 세력과 타협하려 든다면 한국당은 결코 탄핵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수 세력 통합도 가시권이다.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그러나 통합이 보수의 미래를 담보해주진 않는다. 통합 이벤트만으로 보수층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당의 체질이 변하지 않고선 국민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모든 것을 버린다는 자세로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로운 보수 가치와 이념을 세우는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새로운 인물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는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사설] 박근혜 제명, 보수 혁신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입력 2017-11-03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