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새로운 법칙을 발견했다. 한 번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평균적으로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경미한 징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취약요인을 미리 관리함으로써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예로 널리 쓰이고 있다.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취약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미처 통제하지 못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 탓에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기관과 원활한 협조를 통해 대응해야 하므로 위기상황 발생 시 역할 분담 등을 미리 확인하고 실행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2005년부터 매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 민관군경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적 재난대응훈련인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또한 이 시기에 선박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및 해양오염 발생 상황을 가정해 해상 현장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3일 관계기관과 함께 부산 앞바다에서 진행했다. 해수부와 국방부, 부산광역시 등 11개 기관과 민간단체 3곳에서 총 5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수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장 역할을 맡아 현장을 지휘했다. 구조 헬기와 24척의 선박도 동원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입출항 중이던 선박들이 연쇄적으로 충돌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해상에 유류가 유출되는 복합적인 상황을 설정했다. 훈련 참가자들은 익수자 구조 및 실종자 수색, 선내 탑승자 탈출 및 화재진압 등을 신속하게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유출된 유류로 인한 육·해상 오염 방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올해에는 행사를 참관한 시민들을 고려해 훈련 시작 전 심폐소생술 시연과 소화기·소화전 사용법 교육, 여객선 안전수칙 교육 등을 진행했다.
지난 9월 있었던 ‘해양경찰의 날’과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 대통령 기념사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임이 강조됐다. 대통령이 언급했듯 바다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로서 바다와 관련된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현장 지휘 역량을 강화해 나가려 한다. 최근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돼 어선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불법 조업을 위해 위치를 알리는 장치를 끄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올해 6월 취임식에서 “다시는 대형 해양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관계기관 합동 훈련을 비롯해 선박안전 점검 및 관리, 재난대응 매뉴얼 구축, 국민과 종사자 대상 안전교육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바다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특별기고-김영춘] 해양 안전 직접 챙긴다
입력 2017-11-03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