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톺아보기] 종교개혁이 남긴 숙제

입력 2017-11-04 00:05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열기가 종교개혁주일(10월 29일)을 기점으로 수그러들고 있다. 많은 교회들은 내년 목회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마침 10월과 11월은 교회들마다 새해 예산과 목회계획을 수립하는 ‘정책당회’ 시즌이다.

집중해야 할 목회 계획도 중요하지만 한번쯤 종교개혁이 남긴 흔적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교회들은 마르틴 루터가 외쳤던 개혁의 테제를 ‘바로 지금’ 적용하고 있는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념했던 긴 축제는 끝났다.

화려한 잔치는 끝났는데 손에 쥔 건 초라한 성적표뿐이라면 목숨을 걸고 종교개혁을 부르짖었던 개혁자들의 수고가 무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통계청이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연령별 기독교인 수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

1985년엔 20∼24세 기독교인이 75만6395명이었고 75∼79세는 3만857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5년이 되면 흐름이 바뀐다. 20∼24세 교인이 53만3428명으로 줄어드는데 반해 75∼79세까지는 28만2537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1985년엔 청년들이 노년에 비해 19배나 많았지만 2015년엔 노년 교인이 청년들의 수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 어떤 자료보다 파괴력이 크다. 이 자료는 기독교가 이미 ‘노인들을 위한 종교’가 됐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지역교회들은 흡사 온도계와도 같다. 교회를 둘러싼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말이다. 교인수와 구성의 변화에는 특히 민감하다. 이미 지역교회들은 노인들의 수가 빠르게 느는 현실을 목회에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당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노인대학 등 노년세대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물론 청년 기독교인의 수가 줄어든 것과 교회의 건강성이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1000년을 기념할 수 있을까. 향후 500년까지 갈 것도 없다. 50년 뒤의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다. 마르틴 루터가 500년 전 발표했던 95개조 반박문이 당시 가톨릭교회에게만 해당되는 일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재미 역사학자인 옥성득 미국 UCLA 교수는 “종교개혁 후 500년만에 유럽과 미국의 가톨릭과 기독교는 별 차이가 없어졌다”면서 “여러 면에서 타락하고 쇠락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도 비슷한 형편”이라고 했다. 옥 교수는 “특히 한국은 장로교 분열로 시작된 교단의 분열로 인해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분열교’를 만든 종교개혁은 (이런 면에서) 실패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과거 500년을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지금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건물만 남아있는 유럽교회의 현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