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의료사고 경계선 도달… 관리사각에 환자 공포

입력 2017-11-05 20:34
패혈증은 감염병이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도, 병원도, 학회도 관심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연하지만 별다른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관심에서 벗어난 패혈증 사망사건이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심지어 소위 빅5 병원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A병원에 입원한 B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당일 새벽 패혈증이 나타났다. 의료진이 기도삽관 후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B씨는 사망했다. 환자 가족들은 의료사고를 의심했다.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항암치료를 마친 상황에서 심야시간이라고는 하지만 8시간동안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환자 가족에 따르면 새벽 1시부터 환자는 수차례 설사와 환각에 시달렸다. 생체리듬 확인을 위해 간호사들이 병실을 두차례 이상 들렸고, 환자 보호자는 4∼5차례 문제는 없는지 2∼3차례 간호사를 호출해 문의를 했지만 문제없다는 반응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환자 보호자는 “ 환자가 설사와 발열, 환각을 일으키는데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최고라는 명성을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며 빠른 조치가 생존율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치사율은 40%에 이를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최근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이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1시간 내 치료하면 생존율이 80%가 넘지만 6시간이 지나면 30%로 떨어져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지난 3월10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패혈증 의심환자의 경우 신속검사 후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면 1시간 이내에 항균제를 투여해야한다. 올해 개정된 패혈증 국제가이드라인에서는 2012년 가이드라인에 명기된 12시간 이내 조치해야한다는 문구를 ‘가능한 빨리(as soon as feasible)’로 변경했다. 길리언 렝(Gillian Leng) NICE 부사무총장은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면서 “패혈증은 급속하게 중증화 될 수 있는 만큼 고위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남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빠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기준과 경고가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거나 준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병원 치료를 받는 중 패혈증에 의한 사망자 통계나 정보도 별도로 관리되거나 연구되지 않고 있다. 감염경로나 사망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