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고교학점제 위한 포석
상당수 학교는 전환 검토할 듯
교육질 담보 없인 ‘서열화’ 고착
인기학군 선호도 높아질 가능성
정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을 박탈한 배경에는 일반고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돼야 성취평가제(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문재인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런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그대로 두고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이 학교들로 우수 학생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 현장이 더욱 왜곡되고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교육 정책이 앞으로 나가려면 최소한 이들 학교는 꼭 일반고로 전환돼야 한다.
정부의 고사(枯死) 작전에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가 나올까. 상당수 학교들은 일반고 전환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와 비싼 학비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져 경쟁률이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자사고 중에는 미달인 곳도 있다. 다만 일부 학교는 성적 우수자들이 다니는 학교로 명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에 합격할 자신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지원을 꺼릴 이유가 없다. 이들 학교는 일반고보다 상대적으로 대입 인프라가 우수하다. 교사의 질이나 면학 분위기,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의 종류 등에서 보통의 일반고보다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이번 조치로 우수 학생이 일반고에 진학하면 고교 서열화가 완화될까.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떨어진 성적 우수자가 일반고에 배정되더라도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전학 등의 방식으로 탈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전학이 발생할 경우 하위권 일반고는 ‘우수 학생이 빠져나가는 학교’로 인식돼 현재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강남 8학군 현상’ 부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부촌에 명문학교가 몰리는 현상이 완화됐다. 그러나 이들 학교가 위축되면 8학군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역 명문 일반고에 가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지역 명문 일반고에 입학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인기 학군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설사 8학군이 부활하더라도 지금처럼 고교 서열화 때문에 초등학생까지 사교육에 내몰려 고통받는 상황보다는 낫다”며 “8학군 부활을 우려하는 주장은 자사고·외고·국제고로 빚어진 사교육 문제를 희석시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 압박… ‘8학군 부활’ 우려도
입력 2017-11-02 18:14 수정 2017-11-02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