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성공패키지’ 양성평등 평가 어떻게?… 정책-예산의 괴리

입력 2017-11-03 05:05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은 직업을 찾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제도다. 취업 상담부터 일자리 알선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게 장점이다. 34세 이하 취업준비생에게 3개월 동안 월 30만원을 구직촉진수당으로 주기도 한다. 정부에선 9%대인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첨병으로 꼽는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후한 평가를 내리기 힘들어진다. 법령상 취업성공패키지는 성 평등을 고려해야 하는 ‘성(性)인지 예산’으로 분류한다. 그런데도 고용부가 지원 범위를 수치로만 제시하다 보니 성 평등 달성 여부는 아예 평가조차 힘들다. 때문에 고용부가 취업자 수를 올린다는 목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지원 사업 예산도 대표적 ‘성인지 예산’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 무주택자 한부모가족의 복지시설 입소부터 자립기반 조성까지 지원한다. 다만 수혜자를 살펴보면 혜택을 받는 한부모가족의 성비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난해 수혜자는 모자가족이 2837가구로 전체의 97.4%를 차지했다. 부자가족 수혜자는 75가구(2.6%)에 불과했다. 남성 소외라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 대상으로 분류된 부자가족은 4만8387가구에 이른다. 0.2%만 수혜를 입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성 평등 공약’과 정부의 실제 예산 집행이 괴리를 보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예산 가운데 34조3961억원(7.4%)은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올해 예산(29조5912억원)보다 4조8049억원 늘었다. 국가재정법은 성인지 예산 사업의 경우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내년 기준 345개 사업이 대상이다.

예산액은 늘었지만 일부 사업은 양성 평등이라는 성인지 예산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의 가족가치 확산사업은 수혜자가 부정확하다. 예산정책처는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해 공공시설 예식장을 개방하는 사업에서 어떻게 양성평등을 평가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등은 양성 평등이라는 목표 자체를 평가하기 힘들다. 역차별 문제도 불거진다. 여가부의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지원 사업이나 교육부의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95% 이상이 여성 중심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각 부처 예산 작성 담당자의 성인지 인식 부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