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성평등’ 118위… 좋아지긴커녕 뒷걸음질

입력 2017-11-03 05:00 수정 2017-11-03 15:06

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전 세계에서 여전히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성 격차 지수가 0.650으로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위였다. 2015년 115위, 2016년 116위에서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WEF는 2006년부터 매년 경제활동 참여 기회, 교육성과, 보건, 정치적 권한 등 4개 부문에서 남녀별 격차를 수치화하고 분석해 순위를 발표해 왔다.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성 평등을 이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한국은 보건에서 84위, 정치적 권한에서 90위였으나 경제활동 참여 기회 121위, 교육성과는 105위에 그쳤다. 특히 경제활동 참여 기회 부문에서 다루는 지표 중 하나인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업무 임금평등 항목에서 121위, 추정 근로소득 수준도 남성이 연 4만9386달러(약 5494만원)인 반면 여성은 그 절반 수준인 2만2090달러(약 2457만원)에 그치며 121위에 랭크됐다.

정치적 권한 부문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기간이 반영돼 여성 최고지도자 항목은 28위로 평가됐으나 여성 각료비율 항목은 115위에 불과했다. 교육성과에서는 고교 졸업 후 3차 교육 평등도가 112위로 하위권에 머물렀고, 보건 부문에서 출생 시 남녀 성비 불균형이 13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전 세계에서 양성평등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성 격차지수가 0.878이었고 노르웨이(0.830)와 핀란드(0.823)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의외로 르완다가 4위(0.822)를 차지했는데, 의회에 소속된 여성 의원이 세계 최고 수준인 61%에 이르고 보건 부문에서 양성평등을 이뤄낸 게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10위(0.790)로 가장 높았고 중국 100위(0.6740), 일본 114위(0.657)였다.

WEF는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지난해 83년에서 올해는 100년으로 예상했다. 특히 세계 남녀의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져 올해는 이를 좁히는 데 21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170년이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