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에 제한 통고 조치를 내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경찰이 청와대 인근 집회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호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7일 청와대 인근 집회 28건을 제한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7일과 8일 양일간 행사장·숙소·이동로 등에 신고한 시민단체 집회·시위는 2일 기준 124건이다. 상당수가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220여 단체가 모인 ‘노(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이 개최하는 집회다. 공동행동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도심에서 ‘반(反)트럼프’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7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에 대해서는 대부분 제한 통고를 내렸다. 청와대 근처 행진도 금지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특정 구역을 경호 구역으로 지정해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 경호처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는 광화문광장을 포함해 세종대로사거리 이북 지역까지를 경호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인근에 허용된 집회는 총 3건이다. 청와대 서쪽 효자치안센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서명 본부’가 주최하는 트럼프 대통령 환영 태극기 집회가 열린다. 청와대 동쪽에서는 진보·반미성향 시민단체 2개가 집회를 갖는다.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126맨션 앞에서는 전쟁반대 평화실현국민행동(공동행동), 삼청동 54번지에서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평통사)이 트럼프 비판 시위를 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곳은 경호상의 이유로 금지했으나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낸 만큼 합법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3곳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집회·행진 통보를 받고 대책을 고민 중”이라며 “제한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팔판동 인근 집회를 종료한 후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오후 7시쯤부터 촛불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은 경찰에 집회·시위를 신고하지 않아도 문화제나 정당연설회를 개최할 수 있어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경찰은 해당 시간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종대로를 통해 숙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병력을 투입, 광장을 둘러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장경력 배치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수만명 몰린다면 차벽을 설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트럼프 방한 때 反美시위 제한… 文정부 첫 집회 금지
입력 2017-11-02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