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 투자·배급사들, 해외 영화시장 공략 러시

입력 2017-11-03 00:01
국내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 ‘해외 로컬영화’로 리메이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된 영화 ‘수상한 그녀’(왼쪽)와 ‘써니’의 포스터. CJ E&M 제공

한국영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최근 몇 년간 연 관객 1억명, 연 매출 2조원 대에 정체돼 있다. 더 이상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국내 투자·배급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1세대 한류의 진원지 중국·일본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섰다.

동남아시장이 1차 타깃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단순히 완성작을 수출하거나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은 아니다. 국내 흥행작을 현지 정서에 맞춰 리메이크하는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추세다. 언어적·문화적 장벽으로 인한 흥행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진출에 앞장 선 곳은 CJ E&M이다. 2007년 한·미 합작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6개국에서 총 23편의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개봉했다. 해외사업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0년부터 연 20편 이상의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개봉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가 진출국은 터키와 멕시코. 지난 5월 터키 현지 법인을 설립한 CJ E&M은 한·터키 합작영화 ‘핫 스윗 앤 사우어’ 개봉을 앞뒀다. 터키판 ‘이별계약’ ‘스파이’ 등 10편 이상도 준비 중이다. 멕시코에서는 영어·스페인어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는 ‘수상한 그녀’를 선보인다.

‘수상한 그녀’(2014)는 CJ E&M 해외 로컬영화 제작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어로 제작·개봉돼 약 78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같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정책에 활용될 다음 작품은 ‘써니’(2011)다. 향후 베트남 일본 미국 버전으로 각각 만들어질 예정이다.

CJ E&M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은 “과거 ‘누가 한국영화를 사겠느냐’고 비관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판권 판매는 물론 투자와 제작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해외사업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가야할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등 다섯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해낸 중견기업 쇼박스도 해외 진출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단은 ‘공동제작’ 방식을 택했다. 현지 제작사와 손을 잡고 인도네시아 영화 ‘포에버 홀리데이 인 발리’를 만들기로 했다. 클로이 모레츠·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더 위도우’ 제작에도 참여한다.

쇼박스 유정훈 대표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번 공동제작 및 투자가 해외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