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김정은 체제’를 고발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망명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미 의회에서 공개 증언한 건 태 전 공사가 처음이다.
태 전 공사는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일 통일도 헝가리가 동독인들의 탈출 경로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을 막으면 북한 체제가 빠른 시간에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의 두려움 속에 중국에 숨어 살고 있다”며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북한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드라마나 영화는 오락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사고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맞춤형 콘텐츠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신이 아니라 인간이며, 이른바 ‘백두혈통’의 정통성이 약한 출생의 비밀을 널리 알리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계몽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리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미국의 군사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어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마지막 수단으로 군사행동을 취하려면 최소한 한 번은 김정은을 직접 만나 파멸을 경고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을 선제타격하면 남한 주민 수만명이 희생될 것”이라며 “북한 군인들은 유사시 사령부 지시 없이도 남한 공격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을 협박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외국자본을 한국에서 떠나도록 해 한국 경제를 주저앉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태영호 “북한군, 유사시엔 사령부 지시 없이도 공격버튼 누른다”
입력 2017-11-02 18:17 수정 2017-11-02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