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저 온통 흐렸다. 햇살 한 점 내리쬐지 않았다. 배우 고(故) 김주혁(45)을 떠나보내야 하는 날, 남은 이들은 전부 할 말을 잃었다. 나지막이 흐느끼는 울음소리들만 허공에 가득 맴돌았다.
김주혁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유족과 친지, 연예계 선후배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생전 고인과 친형제 같은 사이였던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와 내내 빈소를 떠나지 않은 연인 이유영, 절친 차태현은 끝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다.
이른 아침부터 동료 배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화계 선배인 황정민 정진영, 소속사 식구인 유준상 김지수 도지원 문근영 천우희 이윤지 등이 참석했다. 예능 ‘1박2일’(KBS2)을 함께한 유호진 PD와 김준호 김종민 데프콘도 비통한 얼굴로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영결식은 40분간 비공개로 치러졌다. 삼엄한 경호 속에 일반인과 취재진의 접근은 철저히 통제됐다. 영결식은 생전 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는 등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이어진 발인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고인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운구하고, 유족과 지인들이 뒤를 따랐다. 대열 맨 앞에 선 이는 이유영이었다. 며칠 새 눈에 띄게 핼쑥해진 그는 힘겹게 한 발 한 발을 뗐다. 눈물은 이미 메말라버린 듯했다. 표정을 잃은 채 한참 고개를 숙이고 고인을 애도했다.
현장에 자리한 이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배우들은 운구차량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200여명의 팬들도 한마음으로 애도했다. 고인의 관과 영정을 실은 운구차량이 발인식장을 떠나는 순간, 한 여성 팬은 떨리는 목소리로 외마디 인사를 외쳤다. “잘가요.”
생전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품으로 인망이 두터웠던 김주혁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장례 기간에 최불암 안성기 최민식 전도연 이경영 손현주 엄정화 손예진 이미연 한지민 지성 권상우 조진웅 장근석 고수 송중기 유아인 이광수 류준열 등 동료들이 줄지어 빈소를 찾았다. 수백명의 팬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김주혁은 지난달 30일 갑작스러운 차량 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사고로 인한 머리뼈 골절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고에 이르게 된 정확한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음 주 중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가족 납골묘에 영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잘가요, 김주혁…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대를 사랑했어요
입력 2017-11-03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