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인기 고공행진
히트작 제조기 소현경 작가의 필력
상투적 설정에도 이야기 잘 풀어가
주인공 박시후·신혜선 연기도 한몫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30% 고지
16회는 35% 넘어… 40%도 눈앞에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은 인기 드라마가 사용하는 얼개를 답습한 작품이다. 흙수저 여주인공, 재벌가에서 태어난 남자, 출생의 비밀, 자식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부모…. 이 작품을 보지 않는 독자라면 여기까지만 들어도 흥미가 생기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처럼 상투적인 설정에도 요즘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S 주말극이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현재 거두고 있는 성적은 방송가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2일 첫 방송된 이 작품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더니 8회에서는 시청률 30% 고지를 밟았다. 전작인 ‘아버지가 이상해’가 22회에서야 3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급기야 이 작품은 지난달 22일 내보낸 16회에서 시청률은 35%를 돌파했다. 방송가에서는 황금빛 내 인생이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총 50회로 예정된 만큼 극의 재미가 크게 반감되지 않는 이상 시청률 40%를 웃도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 작품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인 최도경 서지안 역을 각각 연기하는 배우 박시후 신혜선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다. 나머지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소현경 작가의 필력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 작가가 인물들의 갈등을 개연성 있게 그려낸다고 입을 모았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이야기의 매듭을 풀었다가 다시 묶기를 반복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고 호평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극 중 인물들이 처한 기구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인물들의 상황이 이해되거나, 혹은 이해하고 싶어진다”면서 “시청자들과 이심전심 소통하면서 대본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 작가의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MBC 베스트극장 ‘앙숙’으로 데뷔한 그는 2009년 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이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승기 한효주 등이 출연한 찬란한 유산의 최고 시청률은 47.1%에 달했다.
소 작가가 2013년 선보인 KBS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인기도 대단했다. 애증으로 얽힌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최고 시청률은 47.6%나 됐다.
신주진 드라마평론가는 소 작가에 대해 “신데렐라 스토리, 출생의 비밀 같은 뻔한 얼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말했다. 이어 “내 딸 서영이가 그랬듯 가족극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실력이 대단하다”며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쓰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영악한 작가’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입력 2017-11-0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