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시술 건강보험적용, 왜 비밀작전 치르듯 진행했나

입력 2017-11-05 19:17

최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이하 복지부)가 발표한 ‘만 44세 이하 난임 부부의 난임 치료 시술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 정책 발표(9월 15일) 및 시행(10월 1일)이 보름만에 이뤄져 현장의 혼선을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정책 시행 전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일 년 이상의 시간을 둔다. 정책 시행의 결과로 혹시 모를 피해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난임 정책은 왜 급하게 시행됐을까? 이와 관련해 쿠키뉴스는 비공개 긴급간담회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는 정책 발표 시기와 관련한 보건당국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된다.

지난 9월 28일 오전 10시40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비공개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보건복지부에선 ㅈ과장을 포함한 2명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선 ㅇ부장 등 3명이 참석했다. ‘긴급 간담회’라는 표현이 붙었지만, 정책 시행 3일 전에 이뤄진 자리인 만큼, 환자단체의 입장은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할 순 없었다. 복지부 입장에선 정책에 영향을 받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거나 정책의 허점을 인지하는 것보다 정책의 홍보와 시행 준비가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복지부는 정책 발표와 시행까지 기간이 촉박해 여러 혼란을 제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 정책은 2014∼2018년 시행사업 중 하나였다. 당초 시행시기를 앞당겨 작년 10월에 시행하려고 검토했으나 수가 결정, 시술 표준화, 행정 절차 등에 시간이 부족해 시행하지 못했다. 2017년 10월 시행은 7, 8월 정부 예산이 확정돼 시행까지 충분한 검토의 시간을 갖지 못한 행정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시행사업으로 예정돼 있었다면, 예산 확보는 사실상 끝난 상태란 이야기다. 전년도 한차례 시행을 미루었던 것을 보면, “7, 8월 정부 예산이 확정돼 시행하게 됐다”는 말의 의미는 10월에는 반드시 정해진 예산을 써야만 했음을 의미한다. 즉, 10월에 정책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단 말이다. 실제로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6년 10월 6일 명동에서 난임 환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0월부터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난임 부부의 부담을 더욱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정리하면, 올해 10월 시행이 정해져 있던 상황에서 정책 발표가 늦어져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정책 발표를 늦게 하는 바람에 이미 예정된 사업의 정책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포기하고 만 셈이다. 이유는 확실치 않다. 기자와 접촉한 여러 정치권 인사들은 “드라마틱한 난임 환자 지원책을 내놓기 위한 ‘정책쇼’”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ㅈ국장이 이번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뒷말도 오간다. 한 정치권 인사는 “보건의료정책은 일관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복지부가 정책 당사자들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정책 시행 시점과 관련한 혼선에 대해, “난임부부지원사업의 건강보험 급여화 과정에서 난임 부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도 혼란이 있었다”며 “이번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정책결정과정을 충분히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