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다가온 100세 시대 “요양병원 기능 명확히 하자”

입력 2017-11-05 20:33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이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과 평가만 지속하는 것은 겉핥기식 정책"이라며 획기적인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찾는 곳일까. 요양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는 요양병원 입원대상을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및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의 회복기 환자로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요양병원의 역할은 ▲급성기 치료 이후 회복기 환자에 대한 재활 치료 ▲노인성 질환·만성질환자에 대한 요양 두 가지가 혼재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요양병원이 ‘치료’보다는 ‘요양’에 치중, 요양시설과 역할분담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퇴원하지 않고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입원 및 사무장 병원 양산 등 문제를 야기하고, 낮은 수가로 운영하다보니 인권 침해, 안전 문제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의료기관이 수행해야할 회복기 재활 치료에 대한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은 매년 100개꼴로 폭증하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203곳이었던 요양병원은 2017년 현재 1410곳으로 약 700% 증가했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간 경쟁은 치열해진 반면,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왕준 명지재단 이사장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이 700만명. 그 가운데 40만명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현대판 고려장으로 누워있다”며 “앞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 몇 명의 노인이 요양병원에 있어야 하고, 얼마나 지역사회 홈케어를 활용할 것인지 지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칙대로 운영하면 연간 몇 천 만원 이상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든 의료기관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병원들은 작은 이익을 내기 위해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환자 기저귀 값을 아끼고, 직원을 적게 쓰면서 이익을 낸다. 현장에서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요양병원인증평가 강화를 통해, 요양병원 의료의 질을 관리하고, 늘어나는 요양병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증평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우덕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은 “요양병원이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과 평가만 지속하는 것은 겉핥기식 정책”이라며 “요양병원 증가를 막기 위한 인증강화보다는 요양병원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용균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적어도 요양병원이라면 상태가 불안정한 분들이 가야 할 것 같다, 상태가 안정적이거나 치료가 무의미한 경우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의료서비스의 필요도와 상태 불안정성이 낮은 환자는 요양시설을 이용하도록 체계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여러 문제가 혼재돼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요양병원 기능의 역할 재정립인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고령화 생각해보면 늦춰서는 안 되는 과제라 생각한다, 현재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종합대책을마련하고 있으며, 내부적 검토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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