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인근 지역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일 오후 2시 123층(555m)으로 국내 최고 건물인 롯데월드타워가 개장 후 처음 지진 대피 훈련에 돌입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규모 7의 강진과 초속 80m 태풍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훈련은 이런 점을 고려해 내부에서 직원 1800여명과 방문객 200여명이 머무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전망대가 있는 118층에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고 대피로를 따라 102층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국민안전처는 대형 사고에 대비해 지진 발생 시 건물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엔 대피로가 표시됐다. 전망대 관람객에게는 타워 내 설치된 102층 피난안전구역이 피난처로 지정됐다. 롯데월드타워는 22, 40, 60, 83, 102층 등 총 5개 층에 피난안전구역을 마련해 놨다.
관람객들은 주위를 살피다 형광봉을 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훈련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미리 공지한 탓인지 관람객은 적었다. 10여명은 양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자가 직접 16개 층을 걸어 내려갔더니 5분 정도 걸렸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118층부터 350계단 정도 된다.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했을 때는 15분쯤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단체여행을 왔다는 송정인(71) 할머니는 “대피 훈련을 한다기에 얼떨결에 참여하게 됐다”며 “고층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니까 무섭다”고 했다. 송 할머니 일행은 118층부터 102층 피난안전구역까지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하자 “우린 못 내려가”라며 비상계단에 주저앉아버렸다.
102층 피난안전구역은 576㎡(약 174평) 규모로 1818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긴급대피 마스크, 인공소생기, 공기호흡기, 휴대용비상조명등 등이 구비돼 있었다. 관람객과 직원 등 20여명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했다. 전망대에서 근무하는 정현철(47) 팀장은 “직접 훈련해보니 실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19층 롯데물산 사무실에서도 80여명의 직원이 지진대피 훈련을 했다. 이곳에선 대피 안내방송이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나왔다. 하지만 중간 중간 소리가 끊겨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직원들은 안내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처음 하는 훈련이 낯선지 몸을 숨길 곳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기자와 눈이 마주쳐 멋쩍게 웃는 직원도 있었다. “십자복도 내부로 대피해 주시기 바란다”는 스태프 안내에 따라 책상 밑에 몸을 웅크렸던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규모 7 지진이 나도 이곳에 서 있으면 되는 것이냐”고 묻자 롯데물산 관계자는 “이곳이 지진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코어 월(Core Wall)’이라 건물 내에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답했다.
허경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지진” 경보에… 118층서 5분 만에 안전구역 대피
입력 2017-11-01 18:42 수정 2017-11-01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