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전달자들 ‘국정원 실세’로 군림

입력 2017-11-01 18:48 수정 2017-11-01 21:39
사진=뉴시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를 직접 배달한 이들은 지난 정부 국정원에서 최고 실력자로 군림했다. 검찰은 이들 전달책이 부역의 대가로 조직 내 입지를 보장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대가성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국정원장 지시로 조성한 상납금을 차에 싣고 청와대 인근으로 가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2009년 국정원에서 퇴직한 후 사업을 하다가 2013년 4월 기조실장으로 발탁된 그는 지난 4년 동안 차관급인 1∼3차장보다도 힘이 센 실세로 통했다. 국정원 ‘금고지기’인 이 전 실장은 안 전 비서관의 총애를 받았으며, 이에 힘입어 국정원 예산·인사를 주무르는 기조실장직을 지난 정부 내내 독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매일같이 검찰 조사를 받은 끝에 두 전직 비서관이 먼저 현찰을 요구했다고 실토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배달한 것으로 지목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지난 정부 실세들과 ‘비선’으로 얽혀있다. 그는 박근혜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근무한 후 2014년 8월 국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최소 2차례 안 전 비서관을 접촉한 사실이 이미 국정원 자체 조사에서 밝혀졌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군내 사조직 ‘알자회’ 회원인 추 전 국장은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를 국정원 2차장에 추천했지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거세게 반대해 무산되기도 했다. 청와대 인사들과의 유착 관계를 소상히 아는 이 전 원장이 그에게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2차장을 맡기기 부담스러워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1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사찰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추 전 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는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이명박정부 국정원의 정치인·학자·연예인 비방 활동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