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잘하면 보험료 싸지고 상품권 선물 받는다

입력 2017-11-01 19:52 수정 2017-11-01 21:19

헬스케어 보험 가이드라인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
운동량·금연·당뇨 수치 등 검증
스마트워치·헬스비 지원 가능

의료계 “의료행위 침범 우려”


직장인 김모(36)씨는 연간 보험료로 100만원 정도를 내는 헬스케어 질병·사망보험상품에 가입했다. 1년에 300만보를 걸은 게 확인되면 상품권 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잦은 회식으로 운동이 부족했던 김씨는 보험 가입을 계기로 열심히 건강을 관리하기로 다짐했다. 이듬해 김씨는 스마트폰의 걸음 수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목표를 달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험사로부터 약속한 혜택을 받게 됐다.

헬스케어 보험상품이 출시되면 김씨처럼 건강관리를 해서 보험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헬스케어 상품을 통해 혜택을 받으려면 1일 30분 이상 1년을 걷거나, 당뇨 수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등 객관적으로 검증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보험사가 제휴한 헬스케어업체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보험에 가입할 때 건강상황 등을 체크하고, 1년 후 재검진을 받아 기준을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금연에 성공했는지,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았는지, 당뇨 수치가 일정 이하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얼마나 열심히 건강관리를 했는지 등급을 매겨 단계별 혜택을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 관리의 중요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7% 아래로 관리하면 매년 10만원을 주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스마트워치 등 헬스케어 디지털기기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헬스장 이용권을 주는 등 색다른 혜택이 나올 수도 있다. 보장받는 보험금을 더 올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주유소 쿠폰이나 식기세트처럼 건강관리와 무관한 상품은 안 된다. 만약 걸음 수 측정 모바일 앱 개발회사가 망하거나, 스마트워치 기계가 파손돼 운동량 측정을 할 수 없을 경우 이를 대체할 방법을 보험 기초 서류에 명시해야 한다. 헬스클럽 무료 이용권을 줬는데 헬스클럽이 망했을 때에도 상응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료 할인을 감안해 미리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금지된다.

헬스케어 보험상품 혜택은 질병·사망 보장보험에 한정해 적용된다. 기존 상품도 특약 형태로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다. 자동차 사고나 재해 사고처럼 건강관리와 무관한 보험은 제외된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시장 상황을 보고 스마트워치 등을 보험사가 직접 제공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특정 업체의 기계를 밀어주는 식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제외했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이 헬스케어 시장 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일본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헬스케어 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 보험사가 인터넷업체와 혈당측정 단말기를 공동 개발하고 혈당데이터를 분석해 보험료를 조절하는 상품도 개발된 상태다.

다만 의료업계는 헬스케어와 보험상품의 결합이 의료행위를 침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른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행위는 의사에게 맡겨두고, 가입자 노력에 따라 건강이 개선되는 부분에 한해 보험사에서 혜택을 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시장이 커지고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의 어떤 서비스는 의료행위에 포함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안 될 수도 있다”며 “의료법의 문제라 해석이 쌓이고 법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들이 계약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갖는 걸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건강 정보가 유출됐을 때 책임소재를 어떻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