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고 국정운영 의지
취임식 때 입었던 감색양복 입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구현이
저의 소명… 다른 욕심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1일 국회 시정연설은 대통령 취임사를 방불케 했다. 1997년 IMF 사태부터 촛불혁명까지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작은 정부’가 아닌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번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IMF 사태를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을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 힘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국민의 삶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었고,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다. 송두리째 흔들린 삶의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맡겨졌다”며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팍팍한 현실을 진단하는 강도 높은 발언들이 이어졌다. “과로는 실직의 공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일”, “내 실패를 내 자식이 겪지 않도록 자녀 교육과 입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선배의 좌절은 청년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직장을 열망하도록 만들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상식과 원칙이 아니더라는 생각도 커졌다”,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며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다. 저는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또 “저는 다른 욕심 없다.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작업 역시 이런 부조리함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를 바꾸겠다”며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에 대해서도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세웠다. 그러나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무거운 분위기 탓에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국민’이었다. 문 대통령은 70차례나 국민을 언급했고 ‘국가’와 ‘나라’도 각 25차례, 14차례 언급했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호소하면서 ‘경제’도 39차례 입에 올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입은 감색 양복은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들어 첫 예산안을 만들고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국민” 70번 언급… 취임사 같았던 시정연설
입력 2017-11-01 18:15 수정 2017-11-01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