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27·여)씨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A씨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김씨에게 “당신 계좌가 불법 자금 사건에 연루돼 오늘 조사를 받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며 고압적으로 말했다. 교육공무원으로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불안해진 김씨는 “조사를 위해 필요하니 현금을 뽑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건네라”는 지시를 따랐다. A씨가 검찰청 공문을 휴대전화로 보내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김씨는 2400만원을 인출해 지하철 역 근처에서 금감원 직원이라는 사람에게 건넸다. 며칠 뒤 김씨는 금감원을 방문해 언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상담했다.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회 초년생인 20, 30대 여성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교사나 간호사 등 사무직·전문직 여성일수록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경찰청과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20, 30대 여성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1분기 21억원에서 올 3분기 83억원으로 4배 증가했다. 금감원이 지난 9월 1000만원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20, 30대 여성 51명을 조사한 결과 27명(52.9%)이 일반 사무직이었고, 11명(21.6%)은 교사 등 전문직이었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7억7000만원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스로 전문직이라고 생각할수록 자신은 범죄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평소 보이스피싱 범죄수법과 예방법 등에 관심이 적기 때문에 피해가 더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 30대 여성의 피해는 사기범이 자신을 경찰·검찰·금감원 등의 직원이라고 속이는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대부분이었다. 젊은 여성의 경우 상대가 고압적으로 말하면 당황해 지시를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40, 50대의 경우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많았다. 사기범들은 공문서·신분증을 위조해 믿음을 샀고, 돈을 건네받는 장소 역시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인근으로 정해 의심을 피했다.
경찰청은 “경찰·검찰·금감원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하면 당황하지 말고 우선 전화를 끊은 후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며 “자금 이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20∼30대 여성, 왜 보이스피싱 표적되나
입력 2017-11-01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