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웅산 수치에게 속았다?

입력 2017-11-01 18:36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권력자인 아웅산 수치(72·사진) 국가자문역에게 국제사회가 속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서방 지도자들이 수치를 ‘민주주의의 구세주’로 성급하게 우상화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세계는 아웅산 수치를 오해했나’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수치는 오랫동안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고난을 감내한 정치적 성자로 그려졌다.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한때 수치를 간디와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치는 현재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 탄압을 방관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NYT는 “수치의 추락과 같은 사례는 자주 있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서방 지도자들이 불안정한 새 민주주의 국가의 독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영웅적 희생을 치른 인물, 특히 활동가들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NYT는 “서방에선 이 활동가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직면할 난제를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수치의 독재적 성향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치는 2013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로힝야족을 향한 폭력이 증가하는 상황의 질문을 묵살한 바 있다. 대니엘 루프턴 콜게이트대 정치학 교수는 “우리가 자꾸 외국 지도자들을 이상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상황에 빠진다”면서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무의식적으로 골라 수용하고 어긋나는 정보는 배척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로위연구소 연구원인 애런 코넬리도 “굳이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수치라는 인물이 원래 자유민주적인 지도자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