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가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성화는 내년 2월 9일 대회 개막일까지 101일간 7500명의 봉송 주자들과 함께 전국 방방곳곳을 돈 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내내 밝게 타오르게 된다. 성화는 해저로봇의 수중 봉송을 비롯해 거북선, 레일바이크도 이용하는 등 각종 이야깃거리를 남길 전망이다.
대한민국 성화인수 대표단은 1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다목적주기장을 통해 도착했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는 그리스 봉송을 마친 뒤 31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이양됐다. 성화는 특수제작된 안전램프 속에 담겨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리스에서 성화 인수에 나섰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가 성화램프를 마주 들고 등장했다. 그러자 성화 도착행사에 참가한 750명의 국민환영단은 좌우로 손을 휘저으며 열렬히 환호했다. 우리나라에 성화가 온 것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이희범 올림픽조직위원장은 “성화는 101일 동안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한민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이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는 평화의 전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은 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등 성공적인 국제대회를 치렀다. 평창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대회로 남도록 다시 뛰겠다”고 했다. 이 총리는 김연아와 함께 안전램프 속에서 불꽃을 꺼내 성화봉에 붙인 뒤 특설무대에 마련한 임시 점화대에 점화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가수 인순이가 성화봉송 주제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을 열창하면서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처럼 무르익었다.
성화도착행사가 끝난 뒤 성화는 인천대교로 옮겨졌다. 이 총리가 이곳에 있는 임시 점화대에 다시 불을 붙이면서 본격적인 성화 릴레이가 시작됐다. 인천대교 톨게이트 부근 출발선에는 2018명의 서포터즈가 나와 성화를 반겼다.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등장한 ‘피겨 유망주’ 유영은 이 총리에게 성화봉을 넘겨받아 국내 첫 번째 봉송주자로 힘차게 뜀박질을 했다. 유영은 “첫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대단히 영광스럽다.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개그맨 유재석을 비롯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빙속여제’ 이상화, 가수 겸 배우 수지 등 101명의 주자가 차례로 성화봉을 이어받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까지 옮겼다. 이날 저녁 송도달빛공원에서는 각종 지역문화공연, 가수 태양의 올림픽응원가 공개무대, 불꽃쇼 등 성화도착 축하행사가 열렸다.
봉송주자들의 손에 쥐어진 성화는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 부산을 거쳐 17개 시·도를 돌며 지구촌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의 분위기를 확산시킬 예정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총 2018㎞ 구간을 달린다.
이날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봉송을 마친 성화는 안전램프에 담긴 채 항공편으로 옮겨진 뒤 2일 삼다도 제주에서 봉송이 재개된다. 3일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되는 봉송행사에는 우리 순수기술로 개발한 해저보행로봇 ‘크랩스터’가 깜짝 등장한다. 성화봉송에 로봇이 참여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크랩스터는 6개의 다리와 초음파카메라 등을 이용해 해저를 탐사할 수 있는 다관절 해저 보행로봇이다. 해변에서 바다로 걸어 들어가 성화를 들고 잠수한 해녀와 크랩스터가 조우한다. 당초 해양수산부는 IOC에 크랩스터가 해녀에게 성화봉을 넘겨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올림픽 성화의 의미를 살려 기계인 크랩스터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듣고 해녀를 돕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색 운송수단을 통한 성화봉송도 눈길을 끈다. 경남 통영에서는 거북선 성화봉송이 예정돼 있고 전남 여수는 해상케이블카, 강원도 삼척에서는 레일바이크 봉송이 진행된다.
인천=박구인, 세종=정현수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이희범 “성화는 한국 홍보대사이며 평화의 전도사”
입력 2017-11-01 18:37 수정 2017-11-01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