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리스도인 이야기] 이사장 호용한 목사, 홀몸 노인들에 영양 배달하며 안부 챙겨

입력 2017-11-02 00:00
호용한 서울 옥수중앙교회 목사가 31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17 서울시 시민봉사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현 골드만삭스 전무,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호 목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골드만삭스 제공

“서울시 구석구석에서 여러 모양으로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에 소망이 생기고 밝아지고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호용한(60) 서울 옥수중앙교회 목사는 31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17 서울시 시민봉사상 시상식’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호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이날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했다. 15년 전, ‘달동네’라 불리는 서울 옥수동 지역 내 홀몸 노인의 영양을 보충하고 안부까지 헤아릴 방법으로 성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우유를 배달한 것이 시작이었다. 2015년엔 사단법인 설립으로 사역이 확대됐다. 홀몸 노인에게 매일 배달되는 우유가 2개 이상 방치되면 배달원이 교회나 주민센터에 즉각 통보해 고독사 위험을 알린다. 수상 전 만난 호 목사는 축하를 건네는 기자를 향해 손사래 치며 수줍게 웃었다.

“솔직히 대단한 일 아니잖아요. 교회가 이웃을 섬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따지고 보면 제 돈으로 우유 보내는 것도 아니고 심부름꾼 역할만 하는 것이고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지요.”

2003년 100명으로 시작한 우유배달은 그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힘을 보태며 배달 지역과 수혜 대상을 늘려왔다. 지난 9월 후원우유 결산내역엔 성동구 금천구 동대문구 등 서울시내 10개 구에서 1214명이 우유를 배달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우윳값만 2600만원이 넘는다.

‘우유 목사와 달동네 이야기’는 이웃 섬김의 범주까지 넓히고 있다.

지난 7월부턴 우유를 전달받는 홀몸 노인들을 포함해 강북삼성병원 도움으로 서울시내 10개 구청의 추천을 받은 어르신들이 고관절 녹내장 전립선암 췌장암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역을 눈여겨보던 인천 남동구 감리교회들도 지난 8월부터 지역 내 홀몸노인 100명에게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사재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던 김봉진(우아한형제들) 대표도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의 공동이사이자 옥수중앙교회 안수집사다. 호 목사는 “김 집사는 오래전부터 ‘감사’를 세상에 전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당일 SNS에 글을 올리기 전에 내게 전화해 계획을 설명하며 기도를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모르지만 김 집사의 선한 결단이 더 많은 이에게 우유를 전하고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할 것임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호 목사의 소망은 부쩍 싸늘해진 공기를 잊게 할 만큼 따뜻했다.

“고독사는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요새는 40∼50대의 고독사도 부쩍 늘었어요.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 교회로부터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보다 더 추운 사회에서 떨고 있을 북한 아이들에게 우유가 배달되면 하나님도 참 좋아하실 텐데요. 그렇죠?”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