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종하] 실리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추진해야

입력 2017-11-01 17:30

현재 한국 사회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두 개의 대립되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전작권을 ‘주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자주(군사적 자율성), 민족적 자존심 등 다소 주관적·감정적인 측면에서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전작권을 ‘전략적 파트너십’(partnership)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한·미 간 역할분담에 기반을 둔 한국군의 군사역량 강화 등 객관적·이성적 측면에서 전작권의 전환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역대 정부는 자기네들의 정치·이념적인 선호도 및 우선순위에 따라 두 시각 가운데 하나를 전작권 전환 및 연기 논리로 선택해왔다. 이 과정에서 조건(예를 들면 대응능력 수준)과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고, 이는 불필요한 국론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28일 개최된 제49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은 재확인했지만 전환 시점 및 전환 이후 현재 연합사령부를 대신하는 미래 연합사령부(미래사) 편성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전작권 전환 관련 조건과 시기 둘 다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시기를 정하지 않고 조건만 생각한다면, 그것이 충족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반면에 시기는 정하되 조건충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내정치적 필요에 의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어느 하나에만 강조점을 두는 정책추진은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첫째,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한 현실적·전략적 입장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탄력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및 중국의 군사적 부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것을 정치적·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너무 강조할 경우, 자칫 불필요한 오해(예를 들면 한·미동맹 약화 혹은 결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번 SCM회의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시기를 빨리 당긴다는 게 아니고 조건을 빨리 성숙시켜 그 시간이 되면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전작권 주도에 필요한 군사적 역량 및 시스템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수준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미 간 주도 및 지원의 지휘관계를 확고히 보장하고, 작전계획 수립 및 작전의 효율적 통합을 위한 전 제대 및 전 기능에 걸친 강력한 군사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향후 미래사 운영에 필수적인 조치들이다. 다만 정보·감시·정찰자산(ISR),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정밀유도무기(PGMs) 등 자체적인 군사역량 개발 및 확보 그리고 전시대비 각종 포탄 및 기타 탄약 보유량 등은 어느 정도 달성해야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기준설정이 필요하다. 이게 되면 시기조절이 용이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노력은 전작권 전환 자체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두 번째 노력은 한국이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군사력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궁극적으로 전작권 전환이 한국의 안보역량 강화 및 동북아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고, 또 한국군 스스로의 실질적 군사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돼야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군사동맹의 생명력과 결속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