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먼저냐 성경이 먼저냐.’ 미국의 조직신학자 케빈 밴후저는 하나님을 알기 위한 최우선적인 접근 방법론을 ‘제1신학’이라고 칭하며 이 질문을 던진다. 짧은 질문이지만 내포된 딜레마는 만만치 않다.
먼저 성경 없이 하나님만으로 신학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 하지만 이를 직접 본 인간은 아무도 없다. 이는 “우리가 성경을 통하지 않고 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낳는다.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하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없다.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성경 없이도 ‘가장 완전한 신적 존재(이데아)’에 대해 고찰했다. 하지만 이데아와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성경 없이 하나님께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는 성경만으로 하나님을 분명히 알 수도 없다. 성경은 하나지만 그에 대한 해석인 ‘신앙고백’은 무수히 달라진다. 3∼4세기 무렵 이단으로 판정된 아리우스나 펠라기우스는 성경을 충실히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성경만 갖고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사적 실례들이다.
밴후저는 신학이 하나님 혹은 성경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성경이 하나님이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전능하다” 같은 생각은 성경 구절을 기반으로 경험하는 ‘하나님 중심적 성경 해석학’이어야 한다.
밴후저는 이 같은 결론에 따라 성경을 단순히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얻는 통로로 여기는 신학을 거부한다. 밴후저가 말하는 제1신학은 성경을 통해 깨달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실행하는 지식(performance knowledge)’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십자가 사건을 통해 내 죄가 용서받았다는 것을 믿고 다른 이를 용서할 때 우리는 하나님이 무슨 일을 하셨는지 조금씩 깨닫는다. 용서받았다는 지식에 더해 용서를 실천하며 그 의미를 체득하는 게 밴후저가 말한 제1신학의 진정한 의미다.
성경은 우리에게 온 삶을 내건 응답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다. 밴후저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해석으로 끝나지 않고 삶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신학자가 될 수 있다고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하나님이 먼저냐, 성경이 먼저냐’ 질문에 답하면서 깨닫는 ‘제1신학’
입력 2017-11-0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