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도시재생은 新舊 공존 예술적 뉴딜” 시몬스 “문화는 도시정책 만드는 황금의 실”

입력 2017-11-01 21:33 수정 2017-11-01 21:41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시몬스 런던부시장(오른쪽)
저스틴 시몬스 런던시 문화부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1일 서울시청에서 문화정책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문화정책이 도시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시몬스 런던부시장

"현재 많은 일자리가 자동화되고 사라지고 있지만 창조산업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창의성과 생각으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패션, 영화 등 창조산업은 지금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예술대학 졸업자들을 위해 뉴딜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다. 1년 정도 월급을 주면서 공공 분야에서 예술 관련 업무를 하며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모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모델 지망생들에게 '길거리 패션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런던에도 그런 게 있나?"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 런던시는 젊은 학생들이 완전한 직업을 갖기 전에 관련 기관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처럼 1년간 일자리를 주는 정도의 야심찬 프로그램은 가지고 있지 않다.”(시몬스 부시장·45)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서울디자인재단 등 여러 문화기관을 운영하면서 음연, 연극,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을 총괄할 수 있는 문화부시장을 두고 싶은데 중앙정부가 부시장 수를 규제하고 있어서 못 한다. 그런 점에서 런던시가 부럽다. 런던시 문화부시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박 시장)

“내가 하는 일은 창조도시로서 런던의 위상을 유지하는 일이다. 런던은 창조산업이 굉장히 발달한 도시다. 런던에서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만 한 해 3만명이다. 나는 런던의 문화 전략을 구상하고 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만든다. 런던패션위크, 런던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또 패션,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시몬스 부시장)

저스틴 시몬스 런던시 문화부시장이 지난 31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담을 가졌다. 런던시에서 10년 넘게 문화정책 담당 책임자로 일해온 시몬스 부시장은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창립자이자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1일 시작된 WCCF 서울 총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WCCF 총회에는 20개국 28개 도시의 문화정책 책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조도시를 넘어서: 문화시민도시에서의 문화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3일까지 사례 발표와 토론을 이어간다.

시몬스 의장은 시장실에서 박 시장의 환영을 받은 뒤 “WCCF는 문화에 대한 세계 도시의 네트워크”라며 “우리들의 공통적인 미션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도시를 위해서, 경제를 위해서, 그리고 시민들의 삶을 위해서”라고 소개했다.

이날 대담은 40여분간 진행됐다. 두 사람은 문화정책이 도시 문제 해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에서 문화와 예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도시재생은 예술적 프로젝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문화예술과 도시재생이 결합한 다양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비축기지를 문화비축기지로 바꾸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즐거워한다. 세운상가도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장인들과 새로운 장인들이 만나게 됐다. 서울역고가를 보행로로 재생한 서울로7017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이 벌어지며 문화보행로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형식으로 보면 공간 개선이지만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문화와 예술이다.”

시몬스 의장은 “문화는 주택, 고용, 건강, 교육 등 도시정책의 모든 측면을 엮어내는 ‘황금 실’”이라면서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낙후된 지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싸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문화가 들어가서 그 동네를 재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고용 문제다. 새로운 영화 촬영 스튜디오가 25년 만에 런던에 설립됐는데, 영화산업은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음식 케이터링 등 서비스 업계가 성장할 기회를 준다. 세 번째로 공감대 형성을 들 수 있다. 대도시에서는 주변 이웃을 만날 기회가 없다. 다들 휴대폰에 빠져 산다. 문화는 주민들 사이의 ‘휴먼 커넥션’을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박 시장은 시몬스 의장이 서울시의 대표적인 문화정책에 대해 묻자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에 참여하고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게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아마추어 시민들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인데, 시민 오케스트라단이 벌써 130개가 넘었다. 또 서울문화재단 안에 생활문화지원단을 새로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삶 속에서 누구나 문화에 참여하고 향유하다 보면 그중에서 좋은 예술가도 나오는 것”이라며 “당장 무슨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씨앗을 충분히 뿌리면 저절로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또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박물관 정책”이라며 “전체로 따지면 공예박물관을 포함해 13개의 박물관을 새로 만들고 있다. 운영비만 1년에 1000억원이 들어가는 메가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시몬스 의장은 “진정으로 성공한 도시는 모든 시민이 문화와 창의성에 관여하고, 시민단체가 활성화되고, 공동체성이 강화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면서 런던시 문화정책에서도 시민 참여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주요 문화기관들이 대부분 런던 도심에 있다는 걸 최근 깨닫게 됐다. 그런데 사실 도시 외부 지역에 사는 시민도 무척 많다. 런던 외곽에 사는 사람들, 이들에게 어떻게 문화를 전달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