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31일(현지시간) 자신의 벨기에 행에 대해 정치적 망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의회를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12월 21일 실시하는 조기선거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푸지데몬 수반이 전날 벨기에로 간 것에 대해 세간에서는 정치적 망명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 통치에 들어가는 한편 그를 포함한 자치정부 각료들을 기소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망명을 위해 브뤼셀에 온 게 아니다”면서 “브뤼셀에 온 것은 이곳이 유럽연합(EU)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와 대화를 하려는 카탈루냐인들의 노력을 세계에 보이기 위해서다”며 유럽 각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 12시 30분 예정됐던 이날 기자회견은 25분 넘게 지연된 끝에 시작됐다. 회견이 열린 브뤼셀 프레스클럽에는 각국에서 기자단 200여명이 몰리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심지어 그가 이날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실에 산하 건물의 공식 기자회견장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벨기에 매체 라리브레가 보도했다. EU 회원국들이 카탈루냐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온 힘을 다해서 12월 21일 선거에 도전할 것이며 결과도 수용하겠다”며 “(오히려) 스페인이 선거 결과를 수용할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언제 카탈루냐로 귀환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스페인이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권력분립에 따라 공정한 사법절차를 보장한다면 곧바로 돌아가겠다”고 답했다. 스페인 정부의 체포를 피해 브뤼셀에 머물며 자신이 속한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의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10월 27일 의결한 독립공화국 선포안의 효력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대법원은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카르메 포르카델 의장 등 의회 지도부 6명에게 오는 2∼3일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푸지데몬 카탈루냐 前 수반 “망명하러 벨기에 온 것 아니다… 조기선거 받아들일 것”
입력 2017-10-31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