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치적 타협 주효… 관계 복원 협상 막전막후
지난 7월 G20 이후 3개월여
수차례 고위급 물밑교섭 진행
사드-관계 복원 별도로 규정
파급력 줄이려 정상급 아닌
하위 채널에서 협상토록 해
북한의 잇단 핵 도발도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 높여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위한 협상은 ‘입장은 입장, 현실은 현실’이라는 원칙 아래 진행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정치적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다. 한·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양국 모두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입장은 입장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입장을 공유했다”며 “사드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건 하되 현실적으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국 외교안보 최고위 책임자가 만나 사드 문제 해결은 외교적 방법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타결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들과 소통하며 신속히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채널에서 정치적으로 타결돼야 한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정치적 타결’ 목표에 따라 우리 정부는 외교부가 아닌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직접 협상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2004년 8월 ‘동북공정’에 대한 한·중 외교부 협상과 2014년 중·일 영유권 분쟁에서 활약했던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협상을 지휘했다. 지난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부터 수차례 외교 당국 간 교섭과 고위급 물밑 교섭이 진행됐다.
양국은 협상이 진행될수록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한·중 관계 복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 관계자는 “사드 협상은 영유권 분쟁이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서로에게 부담이 안 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게 사드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 공표, 군사 채널을 통한 후속 협상, 양국 간 교류협력 강화 합의다. 사드 문제를 양국 관계 복원과 별도 문제로 규정하고, 정상급이 아닌 하위 채널에서 협상토록 해 파급력을 줄였다.
북핵 문제도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자 양국 간 관계 복원 필요성도 높아진 것이다.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되면 중국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반도는 중국에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이라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스탠스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상 타결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뢰도 영향을 끼쳤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밝혔다. G20 계기 정상회담, 정상 간 통화, 국내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한 문 대통령의 원칙적 업무 스타일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문 대통령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는 얘기가 우리 정부에도 전해졌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韓·中 “입장은 입장, 현실은 현실” 통했다
입력 2017-11-0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