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30)씨는 몇 개월간 복도를 메운 담배 냄새에 불쾌했다. 복도와 이어지는 계단 창문 틈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한 박씨는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으면 단속할 방도가 없다”며 “관리사무소에 주의해 달라고 알리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씨는 “아파트 복도, 계단에 ‘금연’ 표시와 함께 경고문구가 있어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금연아파트의 공용 공간에서 흡연을 하면 적발될 때마다 5만원씩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르면 3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건물 외부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에서도 거주세대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금연아파트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금연아파트에선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동생활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10만원씩 부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율규제 성격이 강한 만큼 공중이용시설 흡연과태료 10만원보다 낮게 하는 게 타당하다”는 법제처 의견에 따라 5만원으로 낮췄다. 금연아파트는 지난 9월 기준 전국 264곳이다.
하지만 과태료가 10만원인 금연거리, 버스정류장 등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흡연양심이 아파트에서는 잘 지켜질지 미지수다. 단속이나 적발 자체도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복도나 계단에 CCTV가 있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녹화영상을 확인하고 신원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행정적 조치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정류장, 공원, 지하철입구 등 거리의 금연구역에선 흡연 적발이 늘고 있다. 실외 금연구역의 흡연 적발 건수는 2013년 2만5073건에서 지난해 3만2953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과된 과태료 액수도 13억3347만원에서 20억3496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법·제도는 경각심을 주는 데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민들 스스로 금연단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이웃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금연아파트’ 흡연 과태료 5만원… 효과는?
입력 2017-11-0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