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교회·CBS·국민일보 공동심포지엄 새로운 500년의 시작

입력 2017-11-01 00:01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새로운 500년의 시작’ 심포지엄 토론 현장. 왼쪽부터 사회자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 논찬자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 발제자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정미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장,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나현기 한신대 선임연구원,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강민석 선임기자
정미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신대원장)
제1 발제 - 인공지능 시대의 하나님과 인간 역할

“인간의 정의 실현,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책임”

정미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중세의 통제 장치는 두려움이었다. 4차 산업혁명도 두려움을 몰고 왔다. 기술혁명이 일자리를 박탈하거나 인공지능의 무한한 능력으로 인한 두려움 등이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 메시지는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승리의 부활을 보여주셨다는 확신에 뿌리 내려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성경의 메시지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다. 우리가 두려워 할 대상은 하나님이시지, 피조물이 아니다.

종교개혁 시대에는 지금보다 충격적인 기술혁명이 있었다. 바로 인쇄술이었다. 이 기술로 종교개혁자들은 성서를 번역하고 인쇄하고 보급했다. 소수에게 독점되던 지식이 분배된 것이다. 영혼 없이 기술만 발전하는 현시대와 달리 종교개혁은 질적인 내용과 기술적 혁신의 ‘융합’으로 진행됐다. ‘인간의 개인주의화’와 ‘기계의 인간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선을 향한 전 지구적 ‘협업’이다. 인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인간에게 힘을 실어주는 과학기술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기술력으로 바벨탑을 쌓는 것이 아니라 화해된 다양성이 공존하는 오순절의 기적(사도행전 2장)을 이뤄가도록 교회와 신학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계약사상과 개혁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에 기인한다. 사랑의 빛에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의 책임일 것이다.

논찬자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가 동반하는 문제에 대해 종교개혁 전통에 뿌리 내린 응답을 모색하는 시도”라며 “종교개혁이 발견한 해방적 복음이 우리를 인공지능 시대의 두려움에서 다시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제2 발제 - 해방, 분단, 그리고 통일 : 민족화해를 위한 한국기독교의 역할

“통일 운동, 종교의 자유를 최우선 과제 삼아야”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운동은 기독교를 천주교의 잘못에서 해방시켜 종교를 개혁시켰다. 한편으로는 교황 체제에서 독일민족을 해방시켜 근대 민족국가를 만들게 한 계기가 됐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근대 주권국가를 만든 뿌리다.

이에 근거한 민족 자결권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남북통일 없이 한반도 평화 정착은 어렵다. 분단 극복과 통일을 이룰 한국 기독교의 통일 전략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운동과 북한선교를 하되 정부당국과 협의 하에,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둘째, 통일운동에 있어 종교 자유를 최우선과제로 삼는다. 셋째, 탈북자를 중심으로 북한선교와 통일운동을 전개한다. 넷째, 탈북자 공동체 구심점이 기독교가 되도록 지원한다. 다섯째, 북한 지하교회를 돕는 사역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여섯째, 국제단체와 연합해 북한인권문제에 적극 관심을 갖는다. 일곱째, 대북교류에 있어 남한 국민의 종교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에 강력 요구한다. 여덟째,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되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 아홉째, 북한선교에 인터넷과 방송 등의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 열 번째, 북한 내 왜곡된 기독교를 바로 알리기 위해 북한 동포에게 기독교사(史)를 새롭게 가르친다.

진정한 민족화해는 남북 모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며, 하나님께 예배할 자유를 갖는 것이다. 지금 통일을 가장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북한 동포들이다. 우리는 통일의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이에 대해 연규홍 한신대 총장은 서면 논찬을 통해 “분단된 민족 국가의 통일 주역으로서 기독교를 조명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한국 기독교는 북한 사회를 바르게 볼 수 있는 통일신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 발제 -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과제

“한국교회 세계인의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여야”

양권석 (성공회대 신대원장)

종교개혁 당시 유럽 상황을 잊지 말자고 다짐만 할 게 아니다. 종교개혁이 우리 욕심으로 왜곡된 것일 수 있음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종교개혁자들의 진심에 다가가고 개혁정신을 올바로 볼 수 있다.

종교개혁은 갱신의 과정인 동시에 분열의 과정이었다. 종교개혁 중 분열된 교회들은 말 그대로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경쟁을 계속했다. 때로는 무자비한 폭력까지 휘둘렀다. 종교개혁의 오남용도 많았다. 마르틴 루터는 망치를 들고 95개조 반박문을 교회 대문에 못 박은 적이 없다. 이는 천주교에 대한 대결의식, 자기만 신앙적 진실을 독점하고 있다는 우월의식이 만든 신화에 불과하다. 이런 배타주의적·분열주의적 신화가 종교개혁사를 왜곡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 역시 많은 폭력과 억압을 만들어왔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분열은 나뉘어짐 자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신비, 복음의 기쁜 소식을 가려 약화시키고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반대로 갈라진 교회 사이의 화해와 일치는 이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를 보다 선명하게 만든다.

복음은 화해의 가르침이요, 구원과 해방의 복음이다. 생명을 옥죄는 모든 차별과 배제의 멍에를 벗겨준다. 복음의 정신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 모든 굴레와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한다. 한국교회는 이 정신에 따라 세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가 세계인의 아픔과 고통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고통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께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논찬자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분파성과 배타성을 거부하고 화해와 평화를 가꿔야 한다는 논지에 공감한다”며 “한반도에서 성경에 근거해 화해와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더불어 분열된 교회를 거룩하고 사도적인 하나의 공교회로 만드는 일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