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아리바우길, 명품 트레킹 코스 걸어보세요

입력 2017-11-02 05:10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 명품 트레킹 코스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조성됐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해발 1100m 능선에 펼쳐진 올림픽 아리바우길 5코스 안반데기에 구름이 걸려 있다.
정선군 북면 구절리의 오장폭포.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모정탑길.
강릉시 연곡면 강릉선교장 전통가구박물관에 전시된 장롱류.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 명품 걷기길이 있다. 전국 최대 민속장인 정선 5일장에서 평창을 거쳐 강릉 경포해변까지 잇는 9개 코스, 총 131.7㎞의 ‘올림픽 아리바우길’이다. ‘올림픽’(평창), ‘아리랑’(정선), ‘바우’(강릉 바우길)가 합쳐진 명칭이다.

과거 광물 수송에 이용됐으나 현재는 무인역으로 운영 중인 나전역, 레일바이크 구간인 아우라지역과 구절리역, 어머니의 애틋한 정이 담겨 있는 노추산 모정탑길, 국내 최대 고랭지채소 단지인 안반데기, 오죽헌·선교장·경포대 등 평창, 강릉, 정선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며 즐길 수 있다.

어머니의 지극정성, 모정탑

노추산(해발 1322m)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량면 사이에 있다.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와 추나라 대표 인물인 맹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추산이라 했다.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산 아래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九度壯元碑)가 있다. 아홉 번 장원급제 한 율곡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다. 입시철 율곡 선생의 기운을 받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노추산이 특별한 이유 중에 모정탑이 있다. 차옥순씨가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쌓은 3000여 기의 탑이다. 차씨는 강릉에 시집와 슬하에 4남매를 뒀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아들을 잃었다. 이후 남편이 병으로 고생하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던 중 ‘계곡에 돌탑 3000기를 쌓으면 우환이 없어질 것’이라는 꿈을 꾼 뒤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자락에 돌탑을 쌓기 시작해 25년간 돌탑 3000여 기를 올렸다.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과 열정이 만든 기적 같은 일이다.

모정탑길은 ‘올림픽 아리바우길’ 3코스에 속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왕산면 대기리. 정선 아우라지에서 강릉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지방도 410호선을 달리면 만난다. 입구에 강릉노추산힐링캠프가 있다. 캠핑장을 지나면 키 큰 금강소나무 길이 열린다. 낙엽이 뒹구는 오솔길을 따라 무릎 높이 돌탑이 줄줄이 보인다. 차씨의 정성에 감복한 대기리 주민이 올린 탑과 여행자가 오가며 쌓은 탑이 어우러졌다.

입구에서 0.9㎞쯤 가면 나무다리가 보인다. 차씨가 쌓은 모정탑이 시작된다. 어른 키만 한 돌탑이 늘어섰다. 돌탑 사이를 걸어가면 계곡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작품처럼 돌탑 수십 기가 펼쳐진다. 한쪽에 차씨가 돌탑 쌓을 때 기거한 움막도 있다. 비닐과 나무판 등으로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움막을 대기리 주민들이 너와집 형태로 재현해 놓았다. 차씨는 2011년 향년 66세로 생을 마감했다.

노추산에서 발원한 오장폭포는 정선군 북면에 있다. 구절리역에서 강릉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다보면 웅장한 절벽위에서 뿜어내는 거대한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수직 높이 127m의 인공폭포다.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었다.

구름도 노닐다 가는 곳, 안반데기

모정탑길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가 있다. 고루포기산(1238m)과 옥녀봉(1146m)을 잇는 해발 1100m 능선 쯤에 있다. 마을 이름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받침 ‘안반’과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덕’이 합쳐진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데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해 개명했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에 속해 있다. 강릉바우길 17구간 ‘안반데기 운유(雲遊)길’의 일부다. 운유길은 안반데기 구간 6㎞, 고루포기산 구간 14㎞를 합쳐 20㎞에 달한다.

행정구역상 왕산면 대기리에 속하지만 평창에서 오르는 것이 가깝다.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에서 차를 몰면 3㎞ 이내의 거리에 있다. 피득령에 오르면 대단위 경작지가 펼쳐진다.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고, 바람은 거세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하늘에는 온갖 형상의 구름이 마을을 기웃거리며 지나간다. 아름다운 풍광 뒤에는 돌투성이 비탈길을 맨손으로 일군 화전민의 역사가 있다.

국유지였던 이곳은 1965년부터 개간을 허가하며 화전민에게 임대해 왔다. 그들은 이 고산지대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소에겐 멍에(소가 밭갈이 할 때 쓰는 농기구)를 지게 하고 척박한 땅을 고랭지 농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땅으로 만들었다. 밭에서 나온 돌로 만든 멍에전망대에 서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야가 환하게 트이고 가슴이 시원해진다. 동해 일출감상 명소다.

반대편 옥녀봉 쪽에 일출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사방 거칠 것 없는 풍경이 압권이다.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 황톳빛 개간지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안반데기에는 수시로 구름이 걸린다.

새로운 볼거리, 전통가구박물관

올림픽 아리바우길 막바지에 영동 지방 최고의 고택 강릉선교장(중요민속문화재 5호)을 만난다. 300여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123칸 사대부 고택이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었으며, 10대에 걸쳐 증축됐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선교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나서자.

선교장에서 태어나 선교장에 거주하며 관장을 맡고 있는 이강백씨가 2015년 8월 강릉시 연곡면 신왕초등학교 건너편에 개관한 ‘전통가구박물관’(033-662-5303)이다. 2만3000㎡ 부지에 연면적 800㎡ 규모다. 선교장 소유의 장롱류와 침대류, 가구장, 반닫이, 가마, 문갑 등 300여점의 가구가 전시돼 있다. 전통가구장 박성국씨가 1년6개월동안 수리·복원했다.

정선·강릉=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