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0代 CEO’ 약진… ‘이재용 시대’ 맞춘 세대교체

입력 2017-10-31 19:05 수정 2017-10-31 21:43
삼성전자가 DS(디바이스 솔루션), CE(소비자 가전), IM(인터넷 모바일) 등 3개 부문 최고경영자(CEO·부문장)를 전격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세 사람은 모두 50대로 삼성전자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됐음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31일 DS 부문장에 김기남(59) 반도체 총괄 사장, CE 부문장에 김현석(56)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IM 부문장에 고동진(56) 무선사업부 사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이상훈(62) 경영지원실장(CFO)은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됐다.

김기남 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을 거쳤으며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김현석 사장은 디스플레이 개발 전문가로 11년 연속 글로벌 TV 1위 달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고급화에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현행대로 3인의 CEO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 부문장을 한꺼번에 50대 인사로 교체한 것은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13일 용퇴한 권오현 부회장과 이날 물러난 윤부근 CE 부문·신종균 IM 부문 사장은 모두 이건희 회장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임명된 인물들이다. 이 부회장이 비록 구속수감 중이지만 경영승계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에 이어 윤·신 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후임 선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복수 부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올 초까지 이재용·권오현·최지성 3인 부회장 체제였다. 하지만 이·최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실형이 선고됐다. 여기에 권 부회장까지 용퇴했음에도 부회장을 임명하지 않은 건 당분간 이 부회장 외에 다른 부회장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권 부회장이 수행한 총수 대행 역할도 누가 맡을지 정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안에 따라 대행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이 갖고 있던 세 개 직함인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 ‘DS 부문장’은 이번 인사로 모두 쪼개졌다. 특정인에게 집중돼 있던 권력이 분산된 것이다. 특히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 내정된 이상훈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기능이 과거에 비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계열사 간 역할을 조정할 조직을 고민해 왔다. 이 사장과 부문장 세 사람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이사로 정식 선임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CFO를 포함한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통 사장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를 하고 조직개편을 하지만 이번에 조직개편을 함께 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