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반쪽 재선거’ 부족 갈등 불씨 되나

입력 2017-10-31 19:00
케냐 대선에서 승리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에서 당선증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선거 부정으로 다시 치러진 케냐 대선이 투표율 39% 미만의 ‘반쪽 선거’로 전락하면서 부족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는 지난 26일 실시된 선거에서 우후루 케냐타(56) 현 대통령이 748만3895표를 받아 98.2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야권 연합 후보 라일라 오딩가(72)는 7만3228표를 얻는 데 그쳤다.

투표율은 38.84%로 지난 8월 8일 치러진 대선 투표율 78.9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시 선거에서는 케냐타가 54.27%인 820만3290표를 얻어 오딩가(676만2224표)에게 이겼지만 선관위 측 부정행위가 드러나 대법원이 무효를 선언했다.

재선거는 오딩가 측이 선거를 보이콧하면서 투표율이 급락했다. 오딩가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선관위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며 선거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거는 전체 선거구 291곳 중 266곳에서 치러졌다. 나머지 25개 선거구는 모두 오딩가의 정치 기반인 니안자 지역에 속해 있다. 선관위는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이들 지역에서 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케냐타의 압승은 낮은 투표율로 의미가 퇴색했다. 이런 결과는 정당성 논란과 함께 선거 불복 운동으로 이어지며 케냐를 더욱 양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에서는 2007년 대선 직후 부족 간 유혈 충돌로 1200여명이 숨졌다.

케냐는 여러 부족이 뭉쳐 만들어진 나라로 케냐타는 칼렌진족(전체 인구의 12%), 오딩가는 루오족(14%) 출신이다. 지난 8월 대선 이후 두 종족이 충돌하고,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0여명이 숨졌다. 지난 29일에도 부족 간 충돌로 루오족 남성 1명이 사망했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