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부터 3년간 최소 29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당장 내년부터 올해 대비 두 배 늘어난 배당금이 지급된다.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2018∼2020년 주주환원정책’을 보면 배당금이 올해 4조8000억원에서 내년 9조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 규모는 3년간 유지된다. 주가가 2015년 초 대비 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주주환원정책의 중심을 배당에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배당정책이 유지된다면 이에 상응해 기업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할 때 인수·합병(M&A) 금액을 차감하지 않기로 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에 쓴 현금흐름을 뺀 것이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재원이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은 “최근의 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환원정책도 병행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다음 달부터 3개월 내에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자사주 약 90만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가 71만2000주, 우선주가 17만8000주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이다. 주식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여 이를 소각하는 것이다. 전체 주식 수가 줄기 때문에 남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다. 주주들의 지분율도 상승한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7000원의 3분기 배당도 결의됐다.
올 한 해 전체 시설투자에 46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지난해 시설투자액은 25조5000억원이었다. 올해 투자액은 사업별로 반도체 29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14조1000억원 수준이다.
주가가 오르고 배당금이 확대되면 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에게 불만을 가질 이유가 줄어든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 비중이 54%에 달한다. 주주친화 정책은 이들 주주가 경영권 간섭에 나서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외국인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배당 확대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외에 사회적 환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삼성전자 ‘주주환원’ 안정적 배당에 초점… 3년간 최소 29조
입력 2017-10-31 19:06 수정 2017-10-31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