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독립” “영국의 개”… 독립 논쟁에 두쪽 난 홍콩 대학가

입력 2017-11-01 05:00
사진=홍콩중문대학 학생커뮤니티 CUHK시크릿

홍콩 대학가가 ‘분리 독립’ 바람에 반으로 갈렸다. 2014년 ‘우산 혁명’에 이어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친정부 성향 교직원 및 본토 출신 학생들 사이 감정의 골이 극에 달했다. 홍콩 대학가에는 최근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번 논란을 빌미로 학문의 자유마저 제한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번지고 있다.

31일 홍콩프리프레스 등에 따르면 발단은 지난 9월 초였다. 홍콩 3대(三大·3대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홍콩중문대 캠퍼스에 학생단체들이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검은색 현수막을 내걸었다(사진). 학교 측이 이를 끌어내리자 이에 반발한 홍콩대 등 다른 유수 대학 학생들도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9월 중순 홍콩대, 홍콩중문대, 홍콩과학기술대 등 주요 10개 대학은 공동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가 불러온 해악을 비판한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고 다른 모든 자유처럼 책임이 따른다”고 학생들을 비난했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발언을 하면 “영국의 개”라고 욕하는 등 소리를 질러 방해하고 있다. 본토 출신 학생은 “홍콩인들은 더 나은 정치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국가와 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정계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홍콩 독립은 논할 여지가 없다”고 한 데 이어 재스퍼 티상 전 홍콩입법의회 의장은 지난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마약이나 자살처럼 강의실에서 독립을 논할 수는 있지만 이를 지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도 지난 7월 홍콩을 방문해 “홍콩을 이용해 본토에 대항하는 그 어떤 시도라도 한계선을 넘는 것”이라며 경고했었다.

윌리 람 홍콩중문대 교수는 가디언에 “현재 대학가에는 독립 발언을 빌미삼아 중앙정부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는 공포가 번져 있다”면서 “중국은 홍콩 정치인들에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그 어떤 행위도 분쇄하라고 요구해 왔다. 독립에 관한 논의 자체를 범죄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