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국내선 호실적인데… ‘바닥’ 해외 수주 뚫어야 산다

입력 2017-11-01 05:11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시장 열기로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해외 수주는 바닥을 치고 있다. 잇따른 정부 규제로 내년 이후 주택 건설 시장이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건설업계 차원에서 사업지 다각화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1일 기준으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5억 달러)과 비교하면 11억 달러가량 늘었지만 2015년 전체 수주액(461억 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평년보다 긴 추석연휴와 대형 공사 수주 부진 등이 겹치면서 수주액 증가세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외 수주 감소는 지난해 저유가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인 탓이 컸다. 한때 배럴당 4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지면서 산유국들이 발주를 줄였고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공사 물량도 뚝 끊겼다. 지난 2∼3년간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도 작용했다.

건설사들은 해외 실적 부진을 국내 주택 사업으로 만회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8조3475억원 중 국내 주택·건축사업 비중이 41.6%(3조5531억원)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10.6% 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국내 주택·건축사업에서 2조5875억원을 벌었다. 전체 매출 5조6555억원의 45.8%에 달한다. 반면 해외 사업 비중은 2015년 56.7%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0.1%로 급감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들도 국내 사업 비중이 50% 수준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해외 수주 건 가운데 대형 사업으로 분류하는 1억 달러 이상의 공사는 GS건설이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복구 프로젝트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사는 대부분 1000만 달러 안팎이다.

업계도 나름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러시아 영업팀을 신설해 러시아 발전 플랜트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중동 시장에서 벗어나 우즈베키스탄과 베네수엘라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사업 발굴 단계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를 올해 초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불만이 업계 내부에 팽배한 상황이다.

또 8·2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곧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 이후 ‘거래절벽’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건설 시장이 얼어붙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마저 줄어드는 분위기라 정부와 건설업계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수주 감소에 따라 매년 제기되는 시장 다변화, 금융 경쟁력 강화 등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며 “건설사 차원에서 시공뿐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 역량 강화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