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예산안 심사 등 ‘후반전’
여당, 야당처럼 과거정부 공격
보수야당, 방어 급급 끌려다녀
20대 국회 발의법안 8767건
통과율 3.8%… 19대의 절반
2017년 국정감사가 31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국회는 1일부터 예산안 심사와 상임위별 쟁점법안 심사 등 후반전에 돌입한다. 여야 공히 ‘민생 국회’를 표방했지만, 국정감사와 의원입법 등을 통한 중간평가는 여전히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일간 절박한 심정,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일념하에 국정감사를 진행했다”며 “이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민의 시각으로 일궈낸 성과를 입법 예산으로 뒷받침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1일)과 예산안 공청회(3일)를 시작으로 정부 개혁입법을 뒷받침할 예산안·예산부수법안 통과에 매진하겠다는 취지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간사 및 법안소위 위원장 등 상임위 의원들과 입법 관련 오찬회동을 갖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국감은 과거와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초유의 5월 대선으로 여야가 뒤바뀐 탓이다. 여당은 야당처럼 과거 정부를 공격했고, 야당은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국감은 야당 우위’이라는 상식도 무너졌다. 보수 야권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채 끌려 다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적폐 청산’에 맞서 ‘문재인정부 신적폐’를 내세웠지만 화력은 신통찮았다. 국감 자료 양에서부터 여당에 압도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 야당이 학업(국감)에 뜻이 없는 게 아니라 (여당에 익숙해) 방법을 까먹은 것 같다’는 관전평도 흘러나왔다.
여당은 “박근혜정부 실정을 짚고 넘어갈 마지막 기회”라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정작 정부는 늑장 인선으로 반쪽 국감을 자초했다. 장관 및 기관장 임명이 늦어져 ‘직무대행 국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공공기관 직무대행들이 대거 출석한 산업위 국감에서 “이게 국감인지 간부회의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자리에서 다 사장으로 승진시키자”고까지 했다.
여야 모두 의욕만 앞서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 산업위 소속 정유섭 한국당 의원실은 동일 자료를 최대 13건까지 시간 단위로 반복 발송하는 일명 ‘메일 폭탄’으로 회자됐다. 이훈 민주당 의원실은 한국수력원자력 성추행 사건 관련 자료를 냈다가 제보자 요청으로 이튿날 해당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2일부터 시작될 상임위별 입법 활동 2라운드를 두고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가 보여준 입법 성과는 ‘민생 국회에 집중하고 있다’는 각 당의 자평과는 달리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는 총 8767건(10월 29일 현재)이다. 그중 원안 또는 수정 가결돼 통과된 법안은 334건으로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대안으로 반영된 법안들까지 포함시켜도 14.33%(1256건)에 그쳤다. 이는 19대 국회 의원입법 통과 비율인 7.34%(대안 반영 포함 34.6%)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9대 국회 당시 동일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늘어났지만 통과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12월 초까지 추가 입법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방송·사법개혁 등 입장차가 첨예한 이슈가 산적해 있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정기국회 전반전 ‘낙제점’… 攻守 헷갈린 국감·초라한 입법 실적
입력 2017-11-01 05:10 수정 2017-11-02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