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복어잡이 어선 ‘391 흥진호’ 북한 나포·귀환 사건은 의혹투성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경민 해경청장은 31일 국정감사에서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된 사실을 북한이 통보할 때까지 몰랐다며 사과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엄현성 해군참모총장도 전날 국정감사에서 흥진호 나포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언론 보도 후 나포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어선 납북과 관련된 정부 기관들이 모두 몰랐다는 얘기다.
흥진호는 울릉도 동쪽 대화퇴어장에서 조업하다 21일 오전 1시30분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흥진호는 앞서 20일 오전 10시19분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국에 조업 위치를 울릉도 북동방 183해리(339㎞)쯤으로 신고한 뒤 연락이 끊겼다. 수협은 36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21일 오후 10시39분쯤 해경에 흥진호를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신고했다. 해경은 다음 날 0시17분 동해를 관할하는 해군 제1함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해경과 해군은 22일 오후 조난 상황일 수 있다고 보고 탐색활동을 벌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군작전사령부도 자체적으로 상황 관리하고 합참과 국방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흥진호가 동해 북측 수역에 불법 침입해 단속했다며 송환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흥진호가 승선 어민 모두와 함께 무사 송환된 게 천만다행이지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국민 7명과 베트남인 3명이 승선한 우리 어선이 북한 해역에 인접한 어장에서 조업하다 나포된 지 7일이 되도록 우리 당국이 전혀 몰랐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흥진호가 마지막 보고한 조업 위치는 한·일 공동수역으로, 서북쪽은 북한 해역이다. 납북 가능성이 있는데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위성추적장치인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일부러 꺼놓는 어선들이 종종 있다고 하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 없다. 일주일이 되도록 연락이 두절됐다면 납북이나 조난 등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게 상식이다. 통신이 안 되면 무전으로 연락을 취하거나 적극적인 구조, 수색에 나서야 하는데도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해당 기관들이 무사안일에 빠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해수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이 사과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납북 가능성이 있는 중대 사안이 관련 기관과 상부에 제대로 보고·전파되지 않은 경위를 밝혀야 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고체계와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사설] 어선 납북 사실도 모르는 정부를 어떻게 믿나
입력 2017-10-31 17:21 수정 2017-10-31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