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도 장애인 등록 허용 복지혜택 받아야” 부산고법 판결

입력 2017-10-31 17:26 수정 2017-10-31 21:25
난민도 장애가 있으면 장애인으로 등록해 복지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형천)는 파키스탄 출신 난민 미르(10)군이 부산 사상구를 상대로 낸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민법의 입법 취지를 볼 때 난민에겐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난민 아동의 장애인등록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부산지역 인권단체에 따르면 미르군은 2015년 4월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을 받아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입국했다. 파키스탄에서 분리독립 운동을 한 미르군의 아버지는 2009년 입국한 뒤 2014년 난민 인정을 받았다. 미르군 등 나머지 가족도 입국 두 달 만인 2015년 6월 난민 지위를 얻었고, 선천적 뇌병변 장애(1급)가 있는 미르군은 부산 사상구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파른 언덕과 터널을 지나야 하는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어 미르군은 등교를 포기했다. 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으로 팔을 쓸 수 없고, 어머니는 임신 중이라 외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르군이 사상구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해 활동보조인을 지원받으려 했지만 사상구는 미르군이 재외국민과 결혼이민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미르군은 결국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고 부산지법은 6월 “한정된 국가 재정을 고려해 난민 장애인 아동에게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배제한 것은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미르군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