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라 기소총장” “총회지도 원상복귀” “예수중심 회복하자”….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인 31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총신대 신학대학원 백주년기념관 앞 광장에 모인 신대원생과 교수 700여명의 외침이 캠퍼스에 울려 퍼졌다.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전계헌 목사) 산하 신학교인 총신대 신대원 공동체가 ‘학교운영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가진 이유가 있다.
“500년 전 10월 31일, 종교개혁이 첫걸음을 내디디던 그날처럼 우리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총신의 모든 구성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리더, 조국 교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총장이 세워지길 호소합니다.” 발언에 나선 양휘석(총신대 신대원 2학년) 원우회장이 결연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최근 법인 정관 개정을 통해 ‘예장합동 교단 산하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없애려 한 행위를 규탄했다. 이어 전직 총회장에게 2000만원의 청탁성 자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영우 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집회에선 김 총장이 교회 음해세력과 결탁해 법적 소송을 도모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의혹의 진원지는 오정현(서울 사랑의교회) 목사에 반대해 법정 분쟁을 펼쳤던 소위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핵심 인물들이 2015년 12월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던 녹취록이었다.
사랑의교회에서 소송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주연종 목사가 최근 논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총신대 교수들에게 발송하면서 공개된 녹취록엔 거짓 의혹을 부추기고, 불법 청탁을 주고받는 추악한 종교 지도자들의 군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총신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김 총장이 갱신위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오정현 목사의 총신대) 졸업이 무효다. 그거에 대한 어떤 소송을 할 수 없나. 형사(소송)는 안 되더라도 민사는 되지 않느냐. 총신에서 자료를 주면 그건(민사소송)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김 총장) “그게 담임목사 지위에 관한 부존재 청구를 하는 거예요.”(권영준 전 사랑의교회 장로)
“(총신대) 개방이사 한 자리가 있다.”(김 총장) “혹시 저를 좀 추천해주시면 저는 뭐 그냥 가서 이사장님 잘 모시겠습니다.”(권 전 장로)
당사자인 권 전 장로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방이사는 재단이사장이 선임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총회 사람도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라며 청탁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또 “민사소송을 사전 계획한 것으로 곡해되는 부분은 일반적인 판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총신대 4대 자율기관인 원우회, 여원우회, 총학회, 대의원회는 김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매주 화, 수, 목요일 채플 후 시위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용인=글·사진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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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총장 기소에 불법 청탁 녹취록까지… 부끄럽다”
입력 2017-1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