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지적장애인 15년간 ‘노예’ 착취 대표 구속

입력 2017-10-31 19:14
연고 없는 지적장애인을 공장 숙소에 데려다놓고 15년 동안 노예처럼 부린 기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장애인을 보호한다고 내세우며 임금을 착취하고, 교통사고 보험금과 장해연금까지 가로챘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최저임금법 위반과 횡령 등 혐의로 경남 김해 비닐쇼핑백 제조업체 대표 A씨(57)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1999년 뚜렷한 연고가 없는 B씨(51·지적장애 3급)를 공장으로 데려와 일을 시켰으나 15년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근무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받은 보험금과 휴업급여, 장해연금 등 1억7000만원 상당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6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B씨를 법원에 호적취적(就籍) 신청하고 99년 7월 호적 허가를 받아낸 뒤 2008년 3월에 지적장애인 3급으로 등록시켰다. 이후 B씨에게 공장 화물차 기사와 함께 다니며 물품 하역작업과 납품, 청소, 잡일 등을 하도록 시켰지만 15년 동안 1억10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가 B씨에게 매달 준 돈은 임금 10만원과 간식비 1만원 등 11만원에 불과했다.

또 A씨는 2014년 3월 B씨가 화물차량에 탑승했을 때 발생한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다쳐 지급받은 교통사고 보험금 2600만원과 장해연금 2100만원, 휴업급여 1700만원 등 모두 6700만원을 가로챘다. B씨는 팔을 다친 이후 공장 일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B씨의 가족과 연고지를 확인하기 위해 DNA와 지문 감식을 진행했지만 가족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B씨를 복지시설로 옮겨 생활하도록 조치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