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오해와 진실] 목회활동·선교비 등 ‘종교단체 회계’로 분리… 법적 근거 마련해야

입력 2017-11-01 00:10 수정 2017-11-01 17:41

‘구분회계’가 종교인 과세의 새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구분회계는 종교단체와 종교인 회계를 분리해 종교인 회계에만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복안이다. 한때 ‘이중장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구분회계는 교계와 과세 당국의 협의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구분회계는 과세 당국이 일찍이 종교계에 제안한 사안이다. 애초 “종교인 과세가 종교 과세가 될 수 있다”는 교계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회계장부를 두 개로 나눠 작성하면 필요할 경우 종교인 장부만 세무조사(질문조사) 하면 된다는 게 과세 당국의 설명이었다.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가 지난 27일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계자들과 만나 가진 토론회에서도 구분회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이를 교계에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 특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지난 9월 20일 예장합동 제102회 총회 도중 “세무조사 등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려면 목회자의 사례금만을 별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일부 언론에서 세금포탈 냄새가 나는 ‘이중장부’로 잘못 표현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소 목사는 이런 오해를 우려해 총회 현장에서 “이중장부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고 수없이 얘기했다. 소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위 공동위원장으로서 교계에서 가장 먼저 기재부와 만나 논의하는 단계에서 기재부가 제안한 게 구분회계였다”며 “만에 하나 있을 탈세 제보에 대해 교계가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해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구분회계가 이뤄진다면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등을 종교인 회계로 구분해 종교인 과세 적용을 받고 공과금, 목회활동비, 선교비,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 수련회지원비 등 목회를 위해 지출한 금액은 종교단체 회계로 구분하게 된다. 세무조사는 종교인 회계장부를 대상으로만 이뤄지게 된다.

구분회계 시 종교인 장부는 사실상 지급명세서 장부로 볼 수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5일 청사에서 진행한 종교인 과세 설명회에서 “연말정산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급액의 1%가 불성실가산세로 붙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법인세법에서는 ‘구분회계’ 대신 ‘구분경리’라는 용어를 쓴다. 법인세법 제113조에는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 손익을 그 수익사업에 속하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득세법에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는 조항도 구분회계를 암시하고 있다.

다만 이들 조항이 종교인 소득을 계산할 때 수익 장부 따로, 사례비 장부 따로, 기타 지출비용을 따로 기록하라는 직접적인 규정은 아니기에 관련해 법적 손질이 필요할 수 있다. 교계에서 “세무조사를 위해 결국 종교단체 장부를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적 조문으로 종교단체는 조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두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타 종단에서도 구분회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지난 26일 불교종교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종교인 과세 회원종단 설명회’에서 구분회계를 인지했다”며 “현재 정해진 것은 없고 앞으로 논의하며 대응 방향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관계자는 “1994년부터 천주교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사제들도 일반근로소득자와 같이 급여소득을 신고하기로 했다”면서 구분회계를 따로 준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과세 당국의 ‘구두’ 설명만으로는 종교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설령 구분회계가 가능하더라도 두 달 남은 시간에 일선 교회서 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시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재산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혼돈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교계 관계자는 “종교인 장부만 조사하겠다는 구두 확약만으로는 부지불식간에 종교인이 탈세자, 탈법자로 몰리는 대혼란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소득세법과 관계된 다른 법령에 대한 연구와 법 개정이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세금을 걷자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우 구자창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