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가 31일 마무리됐다. 올해도 낙제점이다.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혀 싸움만 벌였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강조했던 민생국감, 경제국감은 헛구호에 그쳤다. 기관장 인사가 늦어져 ‘직무대행 국감’이라는 조롱이 나왔고,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불러 호통만 치면서 ‘갑질 국감’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유신헌법으로 폐지됐다가 1987년 개헌으로 부활한 국감은 국회가 세금을 사용하는 모든 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전문화되고 규모가 커진 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감은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수준 떨어지는 질문을 하거나, 삿대질하며 소리만 지르는 의원들의 모습이 TV와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국회를 불신하고 정치 자체를 혐오하는 부정적 여론만 커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국감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원래 취지대로 국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20일이라는 법정 시간 안에 예산안 및 법률안 심사를 병행하면서 500개에 달하는 피감기관을 모두 감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시국회 기간에 국감을 할 수 있는 상시국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피감기관을 매년 달리하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국감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국정감사법에 사후 조치를 강제하는 규정을 명확하게 담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원들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야가 이런 제도적 문제를 극복하면서 본래 취지에 맞는 국감에 나선 적은 없었다. 머리를 맞대고 법을 바꾸면 되는데 남만 탓하면서 호통 치는 맛에 국회의원 한다는 식의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 국감을 한다지만 누구도 그런 국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설] 올해도 ‘낙제점’ 국감, 제도개선 필요하다
입력 2017-10-3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