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교인 과세, 정부-종교계 간 ‘협의과세제도’ 필요하다

입력 2017-11-01 00:10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실감하는 바가 있다. 종교인 과세는 쉽지 않은 문제이며, 시행을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무 당국은 종교인 과세가 ‘교회나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목회자(종교인) 활동 대부분이 교회나 교회 단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헌법의 종교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되는 종교인 소득과 종교단체의 재정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점 등 종교인 과세는 적잖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외 선교사에게 지급되는 선교비 중에는 생활에 필요한 부분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 이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교회 관련자로서 송금하는 선교비의 과세 및 비과세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근거를 확보하고,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교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거의 모든 교회에서 두고 있는 항목을 어떻게 과세와 비과세로 정리·구분할 것인가. 이는 신학적, 철학적, 사회적으로 많은 연구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2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10만명에 가까운 목회자의 준비 상황은 미흡하다. 저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혹은 무관심 속에서 맞닥뜨릴 혼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1인 목회자가 섬기는 교회가 전국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종교인들 중에는 과세 정보 제공과 교육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비단 기독교만의 고민이 아니다. 불교계는 ‘구분 회계’가 전혀 되지 않아 1인 사찰의 경우 “주지 돈이 절 돈이고 절 돈이 주지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난감한 실정이라 한다.

이대로 시행될 경우, 많은 종교인이 조세저항 세력으로 몰려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종교인·종교계에 대한 여론의 질타와 이미지 훼손도 우려된다. 이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세 당국과 종교 간에 ‘협의과세제도’ 같은 상설 협의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의 침해가 명백한 현행 질문조사권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 개정이 쉽지 않다고 하면 보완책이 필요하다. 일례로 선진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협의과세제도는,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 사전 협의된 구체적인 과세기준에 따라 자진 신고하면 납세 의무가 종료된다.

이를 위해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의 협의기구를 설립해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교인들의 세무신고 적정성 여부를 검토·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어떤 경우에도 세무공무원이 개별 종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시행규칙이나 국세청 훈령 등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도 있다.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종교인 과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세금 자체에 대한 거부로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세금을 빌미로 국가가 교회의 내부 재정문제에 개입하고, 또 여론을 부추겨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데 대한 불신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법 시행 전에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의과세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정부(한국교회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