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8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는 시즌 막판까지 2위 두산의 추격에 시달리긴 했지만 4월 13일 이후 단 한 번도 2위로 떨어지지 않고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그리고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졌지만 4경기를 내리 따내며 통합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두산은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시즌 중반까지 가을야구 탈락이 우려됐다. 하지만 후반기 42승2무18패, 승률 70%라는 괴력을 발휘하며 막판까지 KIA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두산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다. 주전들이 베스트 컨디션만 가진다면 우승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한해 농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 창단 이후 최다인 80승을 기록하며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NC는 강력한 불펜으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로 변신한 SK 와이번스는 ‘대포 군단’으로 한 해를 풍미했다. 팀 홈런이 프로야구 최다인 234개로 팬들 사이에선 “안타는 쓰레기”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은 추운 가을을 맞았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 구단이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지 못한 역대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결국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임명하고 ‘삼성 왕조’를 일궜던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한화는 험난한 한해를 보냈다. 김성근 전 감독이 5월에 퇴진하며 이상군 감독대행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끝내 반등에 실패하고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는 31일 새 사령탑에 프랜차이즈 출신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를 공식 임명했다. 한화는 또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등 구단 레전드들로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kt 위즈도 잔인한 시즌을 겪었다. 공교롭게도 세 구단 사령탑이 모두 신임 감독이었다. 삼성은 2년 연속 9위에 머물며 옛 영화를 곱씹었다. 넥센도 가을야구 단골손님 자격을 잃었다. kt는 시즌 초 반짝했지만 결국 3년 연속 꼴찌라는 수모를 당했다.
내년은 춘추전국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IA가 통합우승을 했지만 이전 왕조를 세웠던 해태나 현대, SK, 삼성처럼 아직은 다른 구단을 압도하는 전력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올해 프로야구는 예년에 비해 각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 됐다”며 “하위권 팀들도 팀을 잘 정비하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호랑이 8년만에 통합우승, 거인 5년만에 가을야구… 2017 시즌 결산
입력 2017-11-01 05:02 수정 2017-11-02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