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진석] 중국 당대회에서 본 한국경제

입력 2017-10-31 17:21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표대회(19대)가 막을 내렸다. 예상했던 대로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한층 강화되고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인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당장(黨章)에 삽입됐다. 물론 이번 19대는 시진핑 집권 2기의 권력 구도에 초점이 맞춰진 ‘정치적’ 행사이지만 동북아, 특히 한국 경제의 앞날과 관련해 몇 가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 국가전략의 향배가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보다 경직될 것이란 점이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각 계파들을 아우르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시진핑 1인 권력이 보다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정책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와 영향력이 그만큼 약화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있어 그에 필적하는 거의 유일한 초강대국이다. 특히 중국은 대외 전략에 있어 아시아를 중시하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권 장악을 경계하면서 아시아 신질서 형성의 주역이 되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경제적 문제와는 대조적으로 정치·군사적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폐쇄적·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사드 문제를 둘러싼 미국, 한국과의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당대회가 끝난 뒤 각종 언론에서 한·중 관계 개선 조짐에 대한 보도가 부쩍 늘고 있다. 그동안 사드 문제로 야기된 양국 관계 악화 상태가 어떻게든 정상화돼야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고, 중국으로서도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마무리했으니 양국 관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임은 사실이다. 양국 관계를 개선한다는 합의도 나왔다. 그러나 그 변화가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 주석의 ‘사드 불가’ 원칙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진용이 개혁파 위주로 구성되었다거나 일부에선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도 양국 관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과연 우리가 중국 지도자들과 속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든 문제와 갈등이 풀릴 리도 만무하다. 북핵과 사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한·중 관계 개선이 그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마냥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도 동북아, 특히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 동북아 각국 간의 불균형 무역 구조와 산업 구조상의 수직적 분업체계, 그간의 부진했던 산업·기술 협력 등의 문제점들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향후 이 지역에서의 무한한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불균형 산업·무역 구조를 지속시켜서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의 경쟁과 생존이 힘들 것이라는 양국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중국의 국가 전략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어떤 시사점이나 교훈을 얻기보다는 중국의 발전과 전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상 및 영향력 특히 한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을 논외로 하고 우리의 국가 전략을 논의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 내에서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가장 열세에 있는 바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한국의 확실한 위상 정립이 가장 큰 전략적 화두가 돼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일본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주요 이해당사국들이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지향하듯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것을 남의 탓, 중국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실력과 확실한 전략적 방향을 가진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중국에 대한 심층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19차 당대회를 보고 한국 경제의 앞날을 염려하는 건 기우일까.

유진석 동북아미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