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아만의 치유와 회복

입력 2017-11-01 00:01

열왕기하 5장 1∼15절

주전 9세기 중엽, 오늘날 시리아 다메섹에 주둔했던 군대 사령관 나아만은 승승장구하던 전도유망한 장군이었습니다. 그는 고대 근동 강대국인 아람왕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개역개정성경은 나아만을 ‘그의 주인 앞에서 크고 존귀한 자’라고 소개합니다.

남부럽지 않게 잘나가던 그였지만 몸에 결함이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를 나병이라고 하는데 원어의 뜻은 ‘피부병’입니다. 병세가 얼마나 깊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적어도 쉽게 고쳐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깨끗이 완쾌될 수 있었을까요.

치유의 발단은 나아만 집에서 일하던 이스라엘 출신 어린 여종에게 있었습니다. 여종은 나아만의 병을 치유할 사람으로 북이스라엘 선지자 엘리사를 소개합니다(3절). 여기서 어린 여종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아주 하찮은 작은 아이’란 뜻입니다. 아이의 말이 얼마나 확신에 찼던지 나아만은 왕에게 허락을 받고 엘리사를 만나러 몸소 이스라엘에 갑니다.

나아만이 엘리사를 만나러 집까지 찾아갔지만 정작 엘리사는 얼굴조차 내밀지 않습니다. 그저 심부름하는 사람을 보내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면 살이 깨끗해진다’고 전합니다. 엘리사가 직접 나와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상처 위에 손을 흔들어 고쳐줄 줄 알았던 나아만은 이를 듣고 분노합니다. 자신의 병이 나으려면 어떤 요란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치유는 어떤 절차나 의식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말씀에 대한 믿음뿐입니다.

화가 난 나아만이 돌아서자 주변의 종들이 그를 만류하며 요단강에 몸을 씻으라고 권합니다. 마음을 진정시킨 나아만은 엘리사가 지시한 대로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푹 담급니다. 그러자 그의 피부가 어린아이 피부처럼 깨끗해지며 온전히 회복됩니다. 나아만은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15절)라고 고백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나아만이 엘리사로 인해 치유됐다는 점이 아닙니다. 병으로 고통받던 나아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이 참 신임을 깨닫게 됐다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나아만이 아람 군대 장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뛰어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아람왕의 군대 장관 나아만은 그의 주인 앞에서 크고 존귀한 자니 이는 여호와께서 전에 그에게 아람을 구원하게 하셨음이라….”(1절)

나아만 장군이 승리할 수 있던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하나님이 그에게 승리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 안에서만 역사하는 분이 아닙니다. 전 세계를 다스리시며 온 우주를 통치하는 분이십니다. 이 사실을 모르던 나아만은 자신이 잘나서 승승장구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병에 걸리고 그가 우습게 여기던 이스라엘에서 치유되면서 비로소 하나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나아만이 병에 걸린 것도 하나님을 알게 하려는 그분의 은혜입니다. 치료 불가한 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건 저주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알고 예수님을 믿어 구원케 하시려는 그분의 은혜임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직면한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아는 것은 곧 천국의 소망을 갖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최원준 안양제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