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 승리의 신은 KIA 타이거즈에게 미소를 지었다. KIA가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에서 포효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30일 열린 KIA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은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KIA가 기선을 제압하며 중반까지 7점차로 앞서 나갔지만 두산이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단숨에 턱밑까지 추격했다. 결국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웃은 팀은 KIA였다. KIA는 두산에 7대 6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하면 11번째 우승이다. KIA는 한 구단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도 11회로 늘렸다. KIA는 또 한국시리즈에 11번 올라와 모두 승리했다.
중반까지는 일방적인 KIA의 페이스였다. KIA는 3회초 1사 2루에서 로저 버나디나가 적시타를 때리며 선취점을 냈다. 이어 만든 2사 만루의 기회에서 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가 상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초구 시속 129㎞짜리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점수는 순식간이 5-0으로 벌어졌다. KIA는 6회초에도 2점을 내며 7-0으로 점수를 더 벌렸다.
모두가 KIA의 승리를 예감하는 순간 두산의 저력이 빛났다. 두산은 상대 선발 헥터 노에시의 구위가 7회말부터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타자 일순하며 단숨에 6점을 뽑아내 한 점 차로 따라갔다. KIA는 선발 헥터를 늑장 교체하며 대재앙을 맞을 뻔 했다. 헥터는 공 100개가 넘어서자 현저히 구속이 저하됐다. 하지만 KIA 벤치는 헥터가 연속 4안타와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2실점할 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KIA는 부랴부랴 심동섭,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미 활활 타오른 두산의 타선에 한 회에만 대거 6점을 내줬다.
KIA 김기태 감독은 한 점 차로 앞선 마지막 9회말 토종 에이스 양현종을 마운드에 내세우는 초강수를 뒀다. 양현종은 1차전에서 패배한 뒤 맞은 2차전에서 역대 한국시리즈 첫 1대 0 완봉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일거에 KIA쪽으로 바꾼 선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양현종은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설상가상으로 1사 1루에서 3루수 김주형의 악송구로 1사 2, 3루가 됐다. 양현종은 만루 작전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고, 후속타자 박세혁과 김재호를 각각 유격수 인필드플라이와 포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시키며 팀에게 ‘V11’을 선사했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1세이브 10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양현종(사진)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현종은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공 하나하나 전력을 다해 던졌다”며 “두산의 추격으로 인해 우승을 위해서는 (6·7차전까지 가지 않고) 오늘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늘따라 컨디션도 많이 좋았고 하늘의 기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올 시즌은 정말 꿈을 꾸는 것 같다. 한국시리즈 완봉승과 정규시즌 선발 20승, 통합우승까지 꿈꿨던 모든 게 현실이 돼 믿기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포효한 호랑이, 한국시리즈 무패신화 쓰다
입력 2017-10-31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