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이 2008년 삼성 특검 때 발견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의 금융자산이 고율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자금이 인출된 과정 전반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과세 여부를 적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 등 수사 결과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상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의 차명 금융자산이 고율과세 대상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앞서 2008년 4월 조준웅 특검은 1199개 차명계좌에 이 회장의 재산 약 4조5373억원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특검 이후 1000여개 계좌에서 약 4조4000억원을 인출해갔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지 않고 찾아가 세금과 과징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위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실명 전환 의무가 있거나 과징금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계좌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됐는데 이는 금융실명법상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다만 특검 수사를 통해 차명계좌로 밝혀진 이상 금융실명법에 따라 90%의 고율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 회장은 당시 돈을 찾아갈 때 차등 과세에 따른 세금을 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당국이 고율과세를 결정하면 해당 자산의 이자·배당 소득 등에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박 의원 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등 과세는 원래 금융회사들이 원천징수해야 한다. 금융위는 당시 금융회사들이 원천징수하는지를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에 과세 관련 내용을 사전 안내하거나 조력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원천징수를 하는 금융회사가 착오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취지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계열사인 삼성증권,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 개설됐었다.
이날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적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이 회장의 과세 문제에 질의를 보내면 금융위가 과세 대상이 맞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세 시효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적법 절차를 밟아 처리했었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와 관련된 질의도 집중됐다. 한 청장은 다스에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흘러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국세청장 “이건희 4조대 차명계좌 과세 적법 처리할 것”
입력 2017-10-3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