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이 장기간 냉각기를 끝내고 관계 호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중 양국 간 갈등의 핵심요소로 등장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은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드 문제를 비롯해 여러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고 조만간 좋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사드 추가 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 회복은 양국이 사드 갈등을 정리하고, 조만간 이뤄질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수순이 거론된다. 강 장관 발언대로라면 한·중 양국은 사드 문제를 일단 매듭짓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호혜적 조치 등에 우선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이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이 없고, 미국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3노(NO)’ 원칙을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11월 초 APEC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중국 측과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해왔다. 정상회담 전 사드 갈등을 매듭지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뒤 연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내년 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키자는 구상이다. 상황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우리 정부의 이런 구상은 곧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중국에 ‘유감’ 표명 등의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도 국감에서 “(중국에) 사과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채 한·중 관계 정상화에만 주력한다는 여론도 있다.
한·중 관계 회복 조짐과 맞물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수석대표인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를 만난다.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는 건 지난 4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이 본부장은 쿵 부장조리에게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적극적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APEC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우리 정부가 유엔총회 1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핵무기 전면 철폐를 위한 단합된 행동(L35)’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았다. 홍문종 의원은 “미국도 찬성했는데 우리는 기권했다”면서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기준 의원은 “기권한 나라를 보면 미국과 갈등 관계인 나라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L35 결의안은) 1994년부터 채택됐다. 우리 정부는 찬성해오다 2015년부터 기권했다”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와 관련해 특정 피해국(일본) 입장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康외교 ‘3NO’ 원칙 재확인… 정부, 韓·中 관계 복원 진력
입력 2017-10-31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