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새 역사 썼지만 오르는 종목만 올랐다

입력 2017-10-31 05:02
코스피지수가 2501.93으로 마감,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2500선을 돌파한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증시 마감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최고치(2513.87) 기록도 세웠다. 곽경근 선임기자


미국發 훈풍에 또 사상최고치
외국인·개인 쌍끌이 2501 마감
IT·의약품 등 종목별 쏠림 심화

전문가 “내년 상반기 3000 무난”


코스피지수가 ‘2500’이라는 미지의 길로 전진했다. 1983년 코스피지수를 도입한 이래 처음이다. 다만 전기·전자업종 등 특정 종목으로 쏠리는 현상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2700∼3000선까지 오른다고 관측했다.

코스피지수는 30일 5.3포인트 오른 2501.93으로 장을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2513.87까지 치솟으며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이 2517억원, 개인이 261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은 5217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고공비행은 기업실적 개선,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 관측, 중국의 ‘사드 보복’ 완화, 글로벌 경기 회복세 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업종별 쏠림은 심각하다. 전기·전자업, 의약업 등 일부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지수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의약품(17.3%) 전기·전자(6.4%) 화학(6.1%) 등은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건설업(-13.4%) 통신업(-8.7%) 등은 하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유통, 금융업 중심으로 나타나는 종목별 ‘순환매 장세’가 코스피시장의 쏠림현상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음에도 이달 IT업종의 수익률은 3.9%로 지난달(10%)보다 낮았다. 이와 달리 필수소비재(8.2%) 산업재(5.3%) 등 그간 부진했던 업종의 수익률은 올랐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완화로 화장품 업종이 급등했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 4분기 실적 회복으로 유통업은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업의 경우에도 가계부채 대책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본다.

IT 업종 위주의 지수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순환매 장세는 일시적일 뿐 결국 지수는 기업 실적을 따라간다”며 “전 세계적으로 애플, 아마존 등 IT기업의 실적이 다른 업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부품·장비업종 중에서 실적은 좋지만 그간 오르지 못했던 코스닥시장 기업들이 연말 실적 공개와 함께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코스피지수는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오를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2700∼3000선’을 꼽는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 기업 실적이 8∼10%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이를 바탕으로 코스피지수는 2700∼2800선까지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흐름도 좋아 3000까지도 무난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불확실성 요소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교체 등은 코스피지수 상승세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연준 의장 교체로 기준금리 방향이 불확실해지면 신흥국 자산의 변동성이 커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